처음엔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내 마음에 솔직하기가, 좁고 옹졸한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이 말입니다. 자꾸만 이상한 사람으로 비치지는 않을까, 주었던 마음까지 사그라들 만큼 별로인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온갖 걱정을 하며 끝내 혼자 속으로만 삭이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꼬박 6개월은 그랬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잘못된 방법이었지만 혼자 상상하고, 혼자 서운해하고, 혼자 결론 지어 버리는 게 제 사랑의 패턴이었지요. 이 행동은 나도, 상대도 모두를 지치게 하는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런 게 있으면, 나한테 직접 물어봐. 혼자 상상하고, 힘들어하지 말고.
-오빠가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게 되면 어떡해?
-물론 처음엔 그럴 수 있겠지. 그래도 네 마음이 그렇다면 이해하려고 노력할게.
언제부터 변하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조금씩 전 그에게 솔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마음에 대해서 말이지요. 처음엔 20을, 다음엔 40을, 60, 70, 그리고 이젠 100이 되었습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조차 서운함을 느끼고 확대 해석해 피곤함을 느끼던 저에게 그는,
-어떻게 그런 일까지 서운해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짚고 넘어가려고 하지 말고, 어느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잖아.
라는 대답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저 역시,
-오빠가 다 얘기하라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말한 것뿐이야. 내가 지금 또 얘기 안 하고, 혼자 생각하고 결론지어서 서운해하면 우리 사이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밖에 더 돼?
라는 대답을 했지요.
논리적인 변명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너무 별 것도 아닌 일로 우리가 다투게 되는 상황을 싫어했고, 나와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원인이 되는 싸움을 마뜩잖아했으니까요. 그도 힘들었을 겁니다. 제 마음을 이해하기까지 말이죠. 그랬기에 끝내 그가 선택한 방법은, 나를 이해하기보다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내 마음이 풀리는 게 우선이라던 그였으니까요.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 그게 그가 노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믿지 못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랬기에 늘 불안했고, 그의 작은 행동까지도 서운했던 건지도요.
-어떻게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어?
-네가 좋아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행동은 해주고,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그가 사랑하는 방법이었나 봅니다.
*
물론 한 번에 모든 게 해결됐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 노력의 과정에서도 그와 제 사이엔 크고 작은 트러블이 일어났으니까요. 억지라고 느껴졌을지 모를 나의 행동까지도 말이죠. 그럴 때마다 그에게 우리가 계속해 만날 수 없던 이유를 찾던 나였지만, 그에겐 다른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아니, 행여나 있었다 한들 그에겐 어떠한 것도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내가 싫어한다는 그 자체가, 자신으로 인해 사랑하는 여자가 속상해 우는 게 싫다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그 자체가 이유라던 사람은 말이지요.
우린 잠깐의 인연이 아닌, 깊고 소중한 인연이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에 솔직하기로 했지요. 작은 감정도 쉽게 지나치지 않고 털어놓기로. 좋은 것, 싫은 것, 슬픈 것, 서운한 것, 고마운 것까지 말입니다. 저는 그에게 맞췄고 그는 제게 맞춰주었습니다.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좋아지고, 나아질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지요. 그것이 그와 제가 여러 아픔을 딛고, 지금처럼 좋은 날을 맞이하게 된 방법인 듯합니다.
저는 가끔 얘기하곤 합니다. 우리의 과거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지금이 너무 좋다고. 내가 그럴 때마다 오히려 내 손을 놓지 않고, 더 꽉 잡아준 덕분이라고. 노력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이죠. 물론 그런 지금도, 마냥 좋은 감정만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사내연애기에 오랜 시간을 붙어있다 보니 여전히 새롭고 사소한 감정에 휘둘릴 때도 있지만, 이제는 그가 변했고 저도 변했습니다. 상대의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기에 그러지 않도록 바로 노력을 하거든요.
우리가 변했습니다. 금세 웃으며 다시 사랑을 나눌 수 있을 만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