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별의 그림일기] 33. 잘 하고 싶은 일

천성과 천직

by 밤별


나는 많지는 않지만 때때로 또는 거의 매일 사람들 앞에 선다. 누군가에게 판을 깔아주기도 하고 내가 서기도 한다.


이런 내가 초등학교 시절엔 "내성적이고 우유부단하다"는 말로 생활기록부에 가득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총각이셨는데,


"ㅇㅇㅇ, 책 읽어!" 하는 묵직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놀라 울기도 했었다.


그런 내가 그래도 잘 하는게 연극이었다.

바쁘신 부모님과 두 살 위의 언니 대신에 혼자 화장실에 앉아 드라마 대사를 따라하던 나였다.


5학년 도주완 선생님을 만나 나의 주장 말하기 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가고 연극에서 메인 역할을 하면서 나는 살아가는 것에 조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뒤로도 바로 바뀌진 않았지만


6학년 때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성격이 조금씩 바뀌고 중학교에서도 좀 내성적이었지만 그나마 나아졌고 고등학교 시절엔 내 성격 드러내며 편안히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대학교 땐 정말 하고 싶은대로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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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을 벗어버렸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아직도 많이 두렵고 낯설어서 말하는 날 전에는 떨리지만 그나마 잘 하는 것이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함께 호흡하는 일 같아서 천직 같고 운명 같다.


조금 더 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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