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과 천직
나는 많지는 않지만 때때로 또는 거의 매일 사람들 앞에 선다. 누군가에게 판을 깔아주기도 하고 내가 서기도 한다.
이런 내가 초등학교 시절엔 "내성적이고 우유부단하다"는 말로 생활기록부에 가득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총각이셨는데,
"ㅇㅇㅇ, 책 읽어!" 하는 묵직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놀라 울기도 했었다.
그런 내가 그래도 잘 하는게 연극이었다.
바쁘신 부모님과 두 살 위의 언니 대신에 혼자 화장실에 앉아 드라마 대사를 따라하던 나였다.
5학년 도주완 선생님을 만나 나의 주장 말하기 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가고 연극에서 메인 역할을 하면서 나는 살아가는 것에 조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뒤로도 바로 바뀌진 않았지만
6학년 때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성격이 조금씩 바뀌고 중학교에서도 좀 내성적이었지만 그나마 나아졌고 고등학교 시절엔 내 성격 드러내며 편안히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대학교 땐 정말 하고 싶은대로 했었지.
낯가림을 벗어버렸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아직도 많이 두렵고 낯설어서 말하는 날 전에는 떨리지만 그나마 잘 하는 것이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함께 호흡하는 일 같아서 천직 같고 운명 같다.
조금 더 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