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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안녕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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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 Oct 20. 2023

민트사탕


목이 자주 칼칼하고 

멀미도 자주 해서

내 가방에는 항상 목캔디, 호올스, 민트 사탕 종류가 들어있다.


언제 한 번,

아버지가 항암을 받기 전,

뒷산을 올라간 적이 있는데,

그때도 이미 아빠는 숨 쉬는 게 여간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평소 자기 관리에 힘쓰던 아빠라서

그날도 운동을 해 보겠다고 

까짓 암이야 이길 수 있다고 

등산을 시작한 터였다. 


그런데, 

조금을 오르다가 힘에 부쳤는지

어디서 나무 막대 하나를 지팡이 삼아 의지하셨고,

걷는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헉.. 후후후 헉.... 


아빠의 거친 숨소리가 

앞서가던 나를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이렇게까지 힘들어 하실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나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하시는 아빠는

먼저 올라가라고 손을 휘휘 저으셨다. 


아빠 성격을 알기 때문에 나는

천천히 올라가는척했지만, 너무 걱정이 되었다. 


잠시 기다렸는데도 아빠가 

오시질 않아서 다시 내려가 보았더니

아빠의 얼굴은 온통 당혹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안되겠네... "


스스로 못 올라가겠다고 내뱉는 것.... 

자신의 체력이 이제 여기까지 밖에 안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몸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동생을 불러  

차를 타고 내려가는데 

아빠가 답답하다고 가슴을 쳤다.


정말 숨 쉬는게 힘들어서도 그랬겠지만,

원망이 가득담긴 두드림이었다. 


"아빠 이거 한번 드셔 볼래요?"


나는 가방에서 호올스 하나를 꺼내 드렸다.


"내가 답답할 때 먹는 건데

이거 먹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단것은 암 환자에게 좋지 않다.

아빠도 그걸 알고 있기에

잠깐 망설이시는듯 했다.


"입에 넣고 숨 몇 번 쉬어보고 시원해지면 

뱉어버리지 뭐"


그제야 아빠는 사탕을 받아 들었다.

입에 넣고 크게 후~ 훅~ 심호흡을 해 보았다.


"좀 나아요?"

"응 시원하네..."


우리 집으로 돌아온 후,

마트를 갔다가, 대량으로 든 민트 사탕을 보니 아빠 생각이 났다.

작은 게 꽤 알싸하니 매워서 숨을 쉬면

시~원했던 기억이 있는 사탕이다.

봉지째 사탕을 사서, 

큰 유리병 3개에 나누어 담았다.


하나는 집에 두고, 두 개의 유리병을 아빠에게 가져다주었다.


아빠는 유리병에 든 민트 사탕을 

채 몇 개 드시지도 못하고,

너무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 


장례식 후 아빠방에 고스란히 남겨진, 

민트사탕이 가득 담겨있는 유리병을 보고 

참 많이 속상했었지....


아빠가 돌아가신 뒤

단 하루도 아빠 생각에 울지 않는 날이 없다.

아빠 생각은 

맥락없이, 예고없이, 불쑥 찾아와서 

내 눈물을 쏘옥 빼놓는다.


그럴 때마다 책상 위에 둔 병에서 민트 사탕을 하나 꺼내

입에 문다. 


후~ 하고 숨을 내쉬면

답답한 가슴이 조금 뚫리면서,

그날의 아빠가,

민트 사탕이라도 먹고 답답함을 풀고 싶었던, 

아빠의 거친 숨소리가 떠오른다. 


큰 병에 든 민트 사탕을 거의 다 먹어서 

작은 유리병에 옮겨 담았다.


이걸 다 먹고 나면,

민트 사탕이야 다시 사 담으면 되겠지만,

그때 아빠를 생각하던 내 마음이 담긴 

민트 사탕은 이것뿐이니까.

괜히 아껴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도 매일

아빠 생각에 울고, 

민트 사탕을 베어 물고, 

아빠를 추억한다.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

아빠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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