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높이로 있기에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믿음을 주는 강인함
사람들이 좋다는 것중에 반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그정도면 이미 부처님과 예수님의 반열에 오를테니 너무 큰 꿈이다. 그럼 사람들이 좋다는 것중에 하나만, 많으면 둘이라도 꾸준히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선택한 것 중에 하나가 철봉인데 다행히, 하지만 간신히 주 2회정도 아침 출근하기 전에 근처 공원을 달리고 나서 옆에 있는 철봉에 매달려 할 수 있는 만큼 턱걸이를 하고 있다.
철봉은 묘한 운동기구다. 그 기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운동기구에 어떠한 조작도 할 수 없고 이미 고정된 높이의 봉에 매달릴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만 한다. 턱걸이를 시도했다가 한번도 못한다고 하더라도 무슨 게임에 나오는 것처럼 추락해서 다치는 것도 아니고 내 인생에서 아무런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처럼 철봉이 부여하는 동일한 시련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아직 나란 사람이 간신히 하나는 해낼 수 있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나 아직 안죽었구나'라는 소박한 자뻑과 함께.
철봉에 매달릴때면 가끔 봉이 떨어져나가 나뒹구는 상상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철봉님은 단 한번도 나를 상처입히지 않으셨다. 철봉은 두 손으로 쥐었을때 느껴지는 차가움과 단단함, 그리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켰고, 그런 한결같음에 미치지 못한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가끔은 한결같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고 미워지는 순간도 있다(사는게 자뻑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철봉은, 옆 자리 근무하는 누구는, 유튜브에 나오는 어떤 사람은 한결 같은 모습으로 멋지게 살고 있는데 삶 나는 왜 이 모양인가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몸무게만큼 마음도 무거워진다.
그래도 어찌 하겠는가. 결국 나는 나일수 밖에 없는데. 나는 그저 간신히 올라섰다 내려올 수 있는 기력이 있을 때까지만 철봉 앞에서 간신히 한번, 두번 올라갔다 내려갈 뿐이다. 다른 한결같은 것들이 어떻게 세상을 견뎌내든 철봉 앞에 선 모습처럼 내 삶을 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가급적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