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지지 않은 의미, 그럼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의미를 담고 있는 것
내 손에는 그저 다른 돌과 마찬가지의 촉감밖에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온 세상이 떠들던 시기가 있었다. 직장에서의 소통, 부부간의 소통, 학교 내에서의 소통 등 사회 모든 곳에서 서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눈에 띄는 모든 곳에 살포되었다. 하지만 살포되었다는 단어처럼 그 많은 말들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누구도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전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상대방에게 전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고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 혹은 그런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다고(정확히는 내가 그렇게 느낀다고) 해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세상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전하려는 시도는 더욱 가치 있게 다가온다. 오늘 우연히 눈에 들어왔던 점자블록이 바로 그렇게 발견한 가지있는 것이었다.
점자블록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지난 2년간 같은 길로 출퇴근을 했던 나에게는 그랬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그 노란색 블록이 눈에 들어왔다. 두 손가락으로 만져봤을 때 느껴지는 감촉은 옆에 있는 회색 블록과 다르지 않았다. 단지 점자블록은 색과 모양이 달랐을 뿐. 하지만 그 '다름'은 그저 멋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내가 '점자블록'이라고 통징했던 것은 ‘점형 블록’과 ‘선형블록’으로 나뉘고 두 블록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무지함 때문에 내 손끝으로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그 블록들은 분명 의미와 사명감을 가지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니 가치와 의미를 잊고 있던 것은 나 자신뿐이었던 것 같다. 내가 전하려고 노력했던 마음이 전해지지 않았다고 그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고, 내가 진심을 다했던 무언가가 성취되지 않았다고 해서 진심이 아니었던 것도 아닌 것처럼 내 손에 전해지지 않은 의미는 지팡이를 든 누군가에게 전해질 유용함과 배려, 아주 작은 안도감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의미는 문자 그대로 항상 돌처럼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어왔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