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가 1도 없는 분에게 분에 넘치는 호의(은혜)를 받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큰 행운이다.
결손가정, 가족 구성원의 문제, 가난... 이런 것들로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규정지었던 과거. 하지만 그런 요소들은 인생의 한 조각, 단면일 뿐이었다. 불운도, 행운도 원래 내 편인 건 없었던 거다. 사귀기 나름, 친구하기 나름이었던 것.
자주 뵙진 못하지만 내 정신적 음악멘토인 작곡가님께 1:1 레슨을 받고 왔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강의를 무료로 해주셨다. 젊고 전도유망한 제자가 아닌 나에게 왜 이런 호의를 베풀어주시는 갈까? 사실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내 예측을 뛰어넘는 무시를 당했을 때 당혹스럽고 분노가 치미는 것처럼 예상을 뒤엎는 호의를 받았을 때도 넘치는 감사함에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 든다.
내가 정상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인 이상 호의를 받고 입을 싹 닦을 수는 없지 않은가! '보답을 해야겠다. 음악 공부를 더 충실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노력이란 건 전방위로 하다 보면 더 많은 궁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전도유망한 사람은 없다'라는 명언도 해주셨다. 결실은 노력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세상일이 잘 풀리는 데는 운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운을 믿고 노력을 대충 해서 되는 일이란 없는 법이다.
내가 받은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베풀려면 실력을 갈고닦아야 한다. 이런 분에 넘치는 은혜와 응원을 받으니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에너지가 솟는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말이 맞다. 비빌 언덕이 생기면 용기백배가 된다.
이런 분들이 있어서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한 것 같다. 이 영향이 얼마나 크냐 하면 앞서 말한 전방위 노력을 할 마음이 생겼다.
고질병인 위장병을 위해 더 자제하고 소식할 의욕. 진도가 느린 피아노를 더 끈질기게 붙들고 있을 에너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수시로 많이 듣기 위해 블루투스 이어폰도 주문했다. 현재 약한 드럼, 화성학... 통째로 깰 순 없어도 조금씩 갉아먹을 순 있다.
보답할 수 있는 기쁨이란 무척 큰 것이다. 그리하여 베푼 사람, 받은 사람(다시 베풀 사람) 모두, 우리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다면 꽤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