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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Apr 28. 2022

보답에 대한 책임감

커다란 비빌 언덕

이해관계가 1도 없는 분에게 분에 넘치는 호의(은혜)를 받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큰 행운이다.


결손가정, 가족 구성원의 문제, 가난... 이런 것들로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규정지었던 과거. 하지만 그런 요소들은 인생의 한 조각, 단면일 뿐이었다. 불운도, 행운도 원래 내 편인 건 없었던 거다. 사귀기 나름, 친구하기 나름이었던 것.


자주 뵙진 못하지만 내 정신적 음악멘토인 작곡가님께 1:1 레슨을 받고 왔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강의를 무료로 해주셨다. 젊고 전도유망한 제자가 아닌 나에게 왜 이런 호의를 베풀어주시는 갈까? 사실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내 예측을 뛰어넘는 무시를 당했을 때 당혹스럽고 분노가 치미는 것처럼 예상을 뒤엎는 의를 받았을 때도 넘치는 감사함에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 든다.


내가 정상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인 이상 호의를 받고 입을 싹 을 수는 없지 않은가! '보답을 해야겠다. 음악 공부를 더 충실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노력이란 건 전방위로 하다 보면 더 많은 궁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전도유망한 사람은 없다'라는 명언도 해주셨다. 결실은 노력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상일이 잘 풀리는 데는 운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운을 믿고 노력을 대충 해서 되는 일이란 없 법이다.


내가 받은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베풀려면 실력을 갈고닦아야 한다. 이런 분에 넘치는 은혜와 응원을 받으니  길이 멀긴 하지만 에너지가 솟는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말이 맞다. 비빌 언덕이 생기면 용기백배가 된다.


이런 분들이 있어서 세상은 그래도 살 만한 것 같다. 이 영향이 얼마나 크냐 하면 앞서 말한 전방위 노력을 할 마음이 생겼다.


고질병인 위장병을 위해 더 자제하고 소식할 의욕. 진도가 느린 피아노 더 끈질기게 붙들고 있을 에너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수시로 많이 듣기 위해 블루투스 이어폰도 주문했다. 현재 약한 드럼, 화성학... 통째로 깰 순 없어도 조금씩 갉아먹을 순 있다.


보답할 수 있는 기쁨이란 무척 큰 것이다. 그리하여 베푼 사람, 받은 사람(다시 베풀 사람) 모두, 우리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다면 꽤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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