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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Sep 15. 2022

감성이 민감한 사람이 자존감을 지키는 법


나는 감성이 민감해서 자주 우울에 빠지는 성향이지만, 음악을 듣거나 연주를 하거나 책을 보면서 '아, 이것이 있으면 내가 살 수 있겠구나'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복잡하고 불안한 마음이 어느새 평온해지는 순간이다. 이런 순간을 맞이하면 먹고살기 위한 강제적 밥벌이와 가난 같은 현실의 비루함도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것이 내가 음악과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내가 원할 때마다 항상 곁에 있어줄 수는 없다. 또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도 사실 거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줄수록, 자식이 살길을 찾아 떠날수록 내게는 음악과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예술 작품들은 사람이 아니지만, 사람이 지은 것으로서 죽을 때까지 나와 함께할 친구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책과 음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영화나 그림이나 여행이나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울함이나 자괴감에 빠졌을 때 그 감정에 집중하게 되면 늪에 더욱더 깊이 빠지게 된다. 처음엔 우울한 기분 때문에 내키지 않더라도 평상시 즐기던 활동을 하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그 기분에서 벗어나게 된다.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있을 때는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성경 말씀처럼 '뭘 해도 재미가 없을 거야. 뻔하겠지' 하는 선입견과 허무함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래서 더욱 움츠러들고 몸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마치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어있으면 세상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지만 나와 이웃의 삶, 세상은 놀라운 드라마로 가득 차 있다. 내가 미처 예상치 못했던 감동들이 곳곳에 숨어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자존감을 지키려면 움직이고 행동해야 한다. 


뻔할 거라는 악마의 속삭임을 뿌리치고, 내게 주어진 하루라는 새 시간, 30분이라는 새 시간 앞에 겸허히 서서, 그것들을 누리거나 소중히 사용할 권리에 대해 숙연한 겸손을 가져보자. 그런 마음으로 몸을, 적어도 손가락이라도 움직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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