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루미네이션 명소
어려서부터 어둠이 내릴 때면 그 속 조용히 밝혀지는 빛들을 쫓아갔다. 밤하늘의 달빛을 보거나 겨울나무에 달린 조명을 감상했다. 까마득한 어둠 속 홀로 빛나는 것들은 나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중 도쿄 겨울밤의 일루미네이션은 매년 겨울마다 거절할 수 없는 초대장을 보내온다. 작년 12월 어김없이 나는 초대에 응했고 도쿄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매번 영감을 주는 도쿄 겨울밤의 빛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1. 롯폰기힐즈 (모리타워 옆 도로)
도쿄 일루미네이션의 대표 명소이다. 롯폰기힐즈의 겨울밤은 항상 찬란하다. 파란색과 하얀색 그 사이의 오묘한 색을 발산하는 일루미네이션은 비현실감을 내주어 한동안 넋을 놓게 만든다. 특히 육교 위에서 보이는 나무들 사이의 도쿄타워 전경은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약 400m 달하는 거리 속 느티나무들의 향연은 초대된 손님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사한다. 약 70만 개의 전구는 각각의 유기체처럼 롯폰기힐즈라는 하나의 생명체를 이룬다.
2. 하라주쿠 ~ 오모테산도 거리
샴페인 골드 색의 전구가 무려 약 90만 개로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가장 이상적인 일루미네이션 정통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이다. 느티나무 거리가 약 1km에 달하여 샴페인 골드 빛의 찬란함을 오랜 시간 간직하며 걸을 수 있다.
3. 유라쿠초역 거리
유라쿠초 거리의 일루미네이션은 거진 20년간 그 빛을 유지하고 있으며 역사가 깊다. 거리 주변은 명품샵과 회사로 이루어져 관광객과 함께 퇴근한 직장인들의 모습을 발견하기 쉽다. 또한 많은 일본인들이 웨딩사진 촬영 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 유년 시절 도쿄에서 5년간 거주한 적이 있다. 아버지께서는 도쿄에서 일을 하셨고 당시 재직하신 직장이 유라쿠초역에 위치해 있었다. 당시 90년대 초에 이 정도의 화려함을 가진 일루미네이션이 거리에 있지 않았지만 퇴근한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색에 잠기곤 한다. 아버지는 퇴근하고 이 거리를 걸으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유라쿠초의 거리는 1.2km에 달할 정도로 길어 약 120만 개의 전구가 빛을 발하고 있다.
유라쿠초역에서 5분 정도만 걸어 내려오면 일루미네이션으로 유명한 도쿄 미드타운 Hibiya가 있다. 매년 빛의 색상(Main Theme)을 달리하기에 같은 장소에서 여러 다른 바이브를 느낄 수 있는 거리이다. '22년에는 파란빛으로 장식했다.
4. 신주쿠 서던 테라스
도쿄의 대표 관광명소인 신주쿠에도 매년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일루미네이션 명소가 있다. 350m 길이의 거리로 약 12만 개의 전구가 있는 서던 테라스가 그 빛을 뽐내고 있다. '22년에는 골드색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을 조합하여 거리를 꾸며가고 있었다.
'17년도의 신주쿠 서던 테라스는 분홍색으로 빛을 내고 있다.
방금 소개한 장소 이외에도 도쿄에는 일루미네이션을 볼 수 있는 많은 명소가 더 숨어있다. 그런 숨은 장소들을 새롭게 발굴해 나가는 것도 도쿄의 겨울밤을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겨울밤의 찬란함을 선사하는 순간의 빛들은 모여 우리의 기억이 되고, 훗날 그 순간을 돌이킬 때 추억이 된다. 여전히 도쿄 겨울밤의 빛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의 조각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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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