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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딴따라 Jan 12. 2022

천천히 살아.

사색은 루틴


시간과 공간을 맘대로 할 수 있다면 내 최애는 사색다. 고요 속에 누리는 사유를  꿈꾸지만, 내가 사는 세상은 늘 시끄럽다. 마음으로 생각하는 일에 고요함 필요할까.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적막이 싫어 티브이를 틀고 백색소음이 집중에 좋다며 카페에서 공부한다. 적당한 인기척이 있어야 안도하는 우리는 고독은 참아도 외로움은 견디지 못한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동동대던 때가 지나고 제 앞가림할 줄 알게 된 아이가 떠난 자리만큼 여유가 생겼지만 시간 없다는 변명은 여전하다. 언제부턴가 몸이 쉽게 축난다. 퇴근하면 우선 눕고 보는 내게 엄마는 매일 요양 중이라는 큰아이의 말이 웃프다. 정신 차리려 해도 조금만 신경 쓰면 녹다운되는 몸과 마음은 노화중이다. 삼십 분이면 족하던 회복은 한 시간, 두 시간으로 늘더니 급기야 하루 온전히 자리보전

한다.


사는 일에 도전과 용기는 피곤하고 매일이 위태롭다. 책을 읽다 침침한 눈 쉬다 보면 잠들기 일쑤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걱정을 낳는다. 지금 여유롭지 못함은 젊은 날 함부로 혹사해 방전된 시간과 제 몸을 소홀히 다룬 게으름 탓이다.

 



올해 루틴은 기도와 사색이다. 기도는 사람이 정직해지는 유일한 순간이다. 온 우주에 나와 나의 기도를 듣는 신만이 존재하는 이때야말로 진짜 목소리가 나온다.


구태여 시간을 정하지 않고 양치할 때잠들기 전 혹은 책을 읽다가 무심히 사색한다. 일주일에 두어 번 산책할 천천히 걷는다. 멀미 체질이라 걷기를  좋아하다 보니 땅을 밟을 때마다 마음이 다져지는 것 같아 행복하다. 계획과 다짐 차지하던 다이어리엔 소소한 생각이 쓰이고 이런  반복면 거짓말처럼 사색은 루틴이 될 거라 믿는다. 




인간을 해킹하는 세상이다. 생각 없이 튼 영상에 뇌가 지하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모니터링하는 게 익숙다. 세상에 맞시간을 쪼갠 삶에선 자신을 만날 여유가 없다. 힐링이는 이름의 짧은 여행과 가벼운 위로만으론 부족한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덜 생각하고 헤아림 없이 뱉은 말 생각을 이슈로 트려 버린다.

 

이치를 떠올리다 질문하고 답을 발견하는 기쁨이 언제였을까. 스타 강사가 찔러주는 재치에 감동하다 잊기를 반복하는 어느 날 어떻게 살아야지? 의문이 든다. 믿음과 철학이 없는 생의 질문엔 답이 없다. 알면 사랑한다는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우리도 삶을 알면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종교의 지도자들은 절대적인 고독에서 사색했다. 동굴에서 은둔한 마호메트, 보리수나무 아래의 석가모니, 40일 광야에서 기도한 예수는 사색을 넘어 절대적인 어느 차원에 들어갔다.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영적 순간이 사색이라면 입을 닫고 삶이 내는 미세한 떨림을 들어야 한다. 내가 나를 인터뷰하고 세상에 나를 열어두는 시간이 사색이다.


천천히 살자. 우리는 가끔  속도 과속임을 잊는 실수를 하는데, 내가 건 기대 하나를 놓으면 세상은 한 뼘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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