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희망진찰

허송세월

참 잘 살아왔고 잘 늙어가고 잘 죽어가고 있다.

by 낭만딴따라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추천픽

자신의 생을 돌아본 사람, 그 느낌을 나누고 싶을 때

햇살 좋은 날, 좋은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싶을 때

인생 후반부를 생각하는 중, 장년



읽어보면

1부 새를 기다리며, 2부 글과 밥, 3부 푸르른 날들이란 제목의 30여 편의 산문.


노고의 작가가 정자에 다리를 펴고 쉬고 있다. 그가 가진 건 책상과 나르는 새 두 마리, 모자 그리고 햇볕이다. 표지의 그림이 '허송세월'의 부정적인 모습인지 한결 편안한 홀가분함 인지를 판단하기는 독자의 몫이다.


죽음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타인과 세상에게 말 걸기를 멈추지 않는 작가에게서 영성을 느낀다. 가볍게 죽고, 가는 사람을 서늘하게 보내자는 표현이나, 죽음은 쓰다듬어서 맞아들여야지,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그의 어록대로 오늘도 죽음에 한 발자국, 오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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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이 든 어른의 늙기의 즐거움을 듣는 느낌. 살아보니 그렇더라는 무책임한 훈계나 회상이 아니니 더할 나위 없다.


중년 이후 죽음이라는 화두는 서글픔이 대부분이다. 죽음에 다가서는 시간만큼 삶의 기쁨을 깨달을 수 있는 공간을 가졌는지 생각하게 한다. 하긴 비어있으니 중년이고, 이런 책을 읽으며 감동하는 행운을 가지게 되었으니 나는 내 나이가 마음에 든다.


김훈 작가덕에 죽음이 달라졌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옷이 젖고, 딸꾹질을 하며, 길 가다 넘어져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않듯 삶에 있어 생기와 죽음은 느닷없는 게 아니라 햇볕처럼 스며있을 뿐이다. 오히려 나는 겸손과 조심스러움을 배우는 소중한 나이를 드디어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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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지나가도 사람됨은 지나가지 않는다.
자신의 말이 삶에 닿아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내가 미워했던 자들도 죽고 나를 미워했던 자들도 죽어서 사람은 죽고 없는데 미움의 허깨비가 살아서 돌아다니니 헛되고 헛되다.
글을 써서 세상에 말을 걸 때 나의 독자는 당신 한 사람뿐이다. 나의 독자는 나의 2인칭(너)이다.
살아있는 인간의 몸속에서 '희망'을 확인하는 일은 그야말로 희망적이다.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어떤 어조로 말해야 하는가. 말본새를 어찌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일은 인문주의의 토대이다.

밥벌이하고 싸우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지지고 볶는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영성


밥벌이하고 싸우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지지고 볶는 일상 속에 자밥벌이하고 싸우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지지고 볶는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영성 잡은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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