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포크너 편, 과거는 죽지 않는다

The past is never dead. - 윌리엄 포크너

by 바나나 슈즈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집 안에 유품이 가득했다.


오래된 흑백 사진, 누렇게 변한 서류들과 영수증 뭉치들, 아끼다 쓰지 못한 시계와 은수저 세트, 그리고 먼지가 쌓인 몇 권의 책. 가족들은 정리를 해야 한다며 유품을 하나씩 버렸다.


하지만 버린다고 해서 정말 사라지는 걸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집안에서 ‘과거’라는 단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는 30년 전의 사건을 아직도 이야기했고, 어떤 일들은 “그때 그랬으니까”라는 이유로 반복되었다.


그리고 포크너의 이 문장이 떠올랐다.

"The past is never dead. It’s not even past."
"과거는 죽지 않아. 사실 과거도 아니지."


누군가를 떠올릴 때, 사건을 되새길 때,
어떤 공간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걸 느낄 때,
우리는 포크너가 여러 작품에서 등장시킨 변호사 개비온 스티븐스(Gavin Stevens)의 입을 빌려서 말한. 그 ‘살아 있는 과거’ 속에 있다.




포크너의 세계, 과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포크너의 소설 속 인물들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이 단순히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과거는 현실을 지배하고, 심지어 미래까지 결정한다.


윌리엄 포크너의 또 다른 소설,『압살롬, 압살롬!』(Absalom, Absalom!)에서 퀜틴 콤슨(Quentin Compson)은 남부의 역사, 특히 서든 가문과 토마스 서든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가 이 이야기를 북부 출신인 룸메이트 슈리브에게 전달하면서, 점차 자신이 과거를 듣는 입장이 아니라 그 과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결국 자신이 지금을 살아가는 게 아닌 과거의 인물들에 의해 이미 결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를까?


- 부모 세대가 겪었던 역사가 여전히 우리 삶을 규정할 때.

- 오래된 사건이 끝난 줄 알았지만, 새로운 형태로 반복될 때.

- 개인적으로는 끝났다고 생각한 일이, 또다시 떠오를 때.


우리는 모두 ‘포크너의 세계’ 안에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는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여전히 그 과거를 살아가고 있다.


@연설중인 오바마 전 대통령

오바마가 왜 이 문장을 인용했을까?


이 문장은 그저 문학 속 이야기가 아니다.
2008년 필라델피아에서의 연설.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는 이 문장을 인용하며 말했다.


“The past is never dead. It’s not even past.”
– 버락 오바마, 2008년 연설 중


그가 이 문장을 사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과거를 극복했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인종차별과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과거를 마무리했다고 선언하는 것과, 과거가 정말로 끝나는 것은 다르다. 포크너는 이미 이 진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정말 과거에서 자유로운가?
아니면 단지, 과거의 새로운 얼굴을 보고 있을 뿐인가?




이 문장, 어디서 써먹을까?


역사와 사회 문제를 이야기할 때

"그 문제는 다 해결된 거 아니야?"

"포크너도 말했잖아. 과거는 죽지 않는다고."


오래된 감정이 다시 떠올랐을 때

"왜 그때 이야기를 또 꺼내?"

"그러게. 근데 포크너 말대로 과거가 아직 안 끝난 건가 봐."


SNS에서 철학적인 분위기 낼 때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포크너 #과거는결코죽지않는다"

"어떤 일들은 시간이 지나도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 포크너는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는 때때로 ‘다 잊었다’고 말하지만, 과거는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역사가 반복될 때마다,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포크너의 이 한 마디가 다시금 되살아난다.


"과거는 죽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조차 아니다."


이제, 당신도 이 한 문장으로 유식한 척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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