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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스플릿 Aug 14. 2023

회복의 계절

며칠간 긴장감 속에 살게 했던 태풍이 지나갔다. 덩달아 무더웠던 여름도 한풀 꺾여버렸다. 비바람에 밀려 무더웠던 지면의 공기가 북쪽으로 많이 밀쳐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이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이 더위도 곧 수그러들 것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또 끝이 있다. 영원한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알기에는 말이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으면 언제 더웠냐 싶게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움츠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여름이다. 늦여름의 시작은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우리도 그렇고 지친 땅과 바다도 그럴 것이다. 서서히 몸을 식혀가며 추위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겠지.


40대 중반이 되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 회복의 속도가 아주 느려진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심하게 운동을 하더라도 하루 정도 쉬면 몸이 가벼웠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때로는 2-3일 쉬어줘야 한다. 잘 먹고 잘 자야 그나마 몸이 회복됨을 느낀다.


계절로 따지면 나의 신체는 펄펄 끊었던 청춘을 다스려가는 늦여름에 있나 보다. 풍요롭고 익어가는 계절을 위해 덥혀진 몸을 차갑게 시켜가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큰 틀에서 충분한 회복과 완성을 이뤄가는 시기라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중년의 삶에서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무언가 다음을 위해 내 안의 변화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어지면 늘어지는 대로 무기력하면 무기력한 대로 다 의미가 있다. 더 쉬라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청춘일 때 아무리 쏘다녀도 지치지 않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때마다 두뇌에서 우리에게 상황에 적절한 신호를 쏘아 주고 있었다.


더위에 정점에 불어왔던 태풍 '카눈'은 우리 게 잠시 멈춰가라는 신호였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아프게 생채기를 내기도 했지만 멈춤의 효과는 분명 있었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때다. 회복의 계절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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