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민재 Oct 03. 2020

파랑새를 보았다

파랑새를 보았다. 하늘색 몸체에 푸르고 긴 꼬리. 분명 파랑새였다.


전깃줄에 앉은 파랑새 세 마리. 이 생소한 광경은 나를 멈춰 세우기에 충분했다. 상상 속 모습보다 더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파랑새라고 부를 만한 딱 그런 자태였다. 검정 까마귀 우는 소리 울리던 우리 마을에 파랑새는 처음이었다.


금세 날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날아가지 않았다. 그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고, 털을 고르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이 여느 새들과 다르지 않았다.




없을 것만 같았던 파랑새가, 하필 이 시기에, 내 앞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이 시키는 대로 살았지만 내 세상엔 파랑새가 없었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정답을 찾는 연습만 했다. 타는 듯한 괴로움과 갈망만 더해졌다. 


결심했다. 작은 새장에 나를 가두려는 보이지 않는 손길을 뿌리치기로. 평범한 내 삶의 진짜 파랑새를 찾아보기로.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말했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글쓰기와 책읽기, 달리기와 자기 이해, 휴직과 이직. 이 사이 어디쯤 내가 찾던 파랑새가 있지 않을까. 이게 현재 나의 결론이다. 그토록 찾던 파랑새는 짠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스스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


아무래도 오늘의 파랑새는 이상에 이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내게 '나 잡아봐라'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꿈꾸던 그 모습이 진짜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 파랑새는 있었다. 그것도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그리고 생각보다 평범한 모습으로.




.

.

.

*함께 보면 좋은 〈일간 서민재〉의 다른 글들


https://brunch.co.kr/@banatto/218


https://brunch.co.kr/@banatto/209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들이 목욕탕에 가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