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있는 요즘. 추웠다 포근했다 반복하는 줄다리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그래도 아직은 햇살의 눈부심과 온도를 즐기는 것이 좋다. 아직 난 겨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걸까.
그런 때가 있다.
파티션 사이에서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는데 그 바람의 온도가 궁금할 때. 모니터의 검정 화면과 흰 종이를 마주하다 저 멀리 떨어지는 검붉은 낙엽을 보았을 때. 햇살에 이끌려 몸이 밖으로 향하고 있음을 발견할 때.
그런 햇살을 맞으면 비로소 깨닫는다. 지금까지 어딘가에 매몰되어 있었음을. 이렇게 좋은 온도와 적당한 눈부심과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있었음을.
슬프지만 이것 역시 깨닫는다. 햇살이 아무리 좋아도 다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과 거기서 헤어나오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거라는 현실을.
햇살을 받는데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밖으로 향하기만 하면 된다. 아무데나 앉아 멍하니 햇살을 감상하면 된다. 따뜻하고 검은 커피가 있어도 좋지만 없어도 좋다. 카페 의자여도 좋지만 공원 벤치여도 좋다.
햇살을 받는데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다.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햇살은 공평하다. 우리가 이를 바라볼 여유만 있다면 말이다.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할까. 9시부터 이 곳에 매여 있어야 하는 온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잠깐의 여유와 순간의 행복, 이것이 내 삶을 대하는 최선의 태도일까.
이 굴레를 벗어나려면 용기와 확신 또 무엇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