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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Mar 12. 2020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정답을 얻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인생. 여기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삶은 모두 그 모습이 다르다. 더군다나 정답과 오답, 옳고 그름을 따질 무엇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30년 동안 부단히도 정답을 찾았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이제까지 정답을 찾아 살았던 날을 돌아봤다.


착한 아들이었다. 부모님 속 안 썩이고 학교 잘 다니고 윤선생 영어도 꾸준히 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니 밥도 잘 나왔다. 가끔 하던 레고 조립도 오직 설명서를 따랐다. 자세한 설명을 따라가 보면 정답이 나왔다. 역시 시키는 대로 하니 작품도 잘 나왔다.


학교는 정답을 찾는 곳이었다. 모든 시험에는 정답이 있었다. 객관식, 주관식은 물론이고 논술형도 나름의 모범답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부는 불안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니 성적도 잘 나왔다.


그런데 사회는 달랐다. 정답 따윈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와 들어간 직장에서 마주했다. 거대한 막막함을. 그 누구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 어디에도 설명서는 없었다. 딱딱한 매뉴얼을 싸들고 집에 갔다. 종이 뭉텅이를 뒤적이다 잠들기를 반복했다.


정답보다는 철학이 필요했다. 업무에도 나의 생각과 철학이 녹아들어야 했지만, 남이 시키는 대로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했을 뿐이다. 거기다 타고난 본성도 파악하지 못한 채, 일에 사람에 휘둘렸다.     


인생의 고비라 생각했던 수능, 군대, 취업을 마치면 걱정거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결국 난 행복하지 않았다.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내게 맞지 않는 걸 끊고나서야,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아주 조금씩 알아갔다. 나만의 라이프스타일도, 나만의 인생 모범답안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똑같은 인생이란 없다. 각자의 상황도 성향도 다르다. 우리 모두는 나름의 가치관을 지니고 살아간다. 삶의 맥락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 맥락이 다양하기에 인생엔 정답이 없는 것이다. 30년 동안 정답을 찾아 헤맨 노력이 억울하진 않다.


이제야 정답이 없음을 안다. 사실 세상에 정답이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우리가 정답이라 부르는 것도 누군가가 잘 세워놓은 이론 속에서만 숨을 쉬는 건 아닌지, 그 마저도 패러다임이 바뀌면 사라지는 건 아닌지, 아주 조심스레 단정 지어 본다.




|커버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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