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행사 부스 운영에 참여한 대부분의 이들은 무심하고 심지어는 귀찮아하며 마지못해 참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조적으로 G는 혼자서 어떻게 하면 부스가 좀 더 주목받을 수 있을지 계속해서 의견을 냈다. 당일날 행사에 필요한 여러 소품들도 집에서 한가득 안고 와서는 배치에 이리저리 고심한다.
정기 모임이 있을 때면 가끔씩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준비해 와 인심 좋게 풀어놓는 G였다. 간식은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으면서 일원 중 여럿은 평소 행동이 느린 G의 말과 행동을 비웃기도 한다. 행동이 느린 것은 G의 천성이기도 하겠지만 창작품 하나를 만드는데 구상부터 완성까지 몰입하여 아주 정성 들여 작업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G의 작품은 대부분 세련되고 완성도가 높다.
행사 당일, 부스 운영에 진심인 G는 쉬지 않고 사람들을 응대하면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피곤할 법도 한데 해가 기울수록 더욱 적극적이다. 이런 G의 열정으로 그냥 지나치려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한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해마다 찾아주시는 G의 할머니가 친구분들을 대동하고 찾아오셨다. 평소의 G처럼 오실 때면 늘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신다. 부스 운영에도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던 고마운 분이다. 살가운 손녀 G에 대해 올해도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G를 바라보시며 제법 한참을 머물다 가셨다.
오후에 접어들면서 행사가 무르익을 때쯤 이번에는 G의 이모가 딸과 함께 찾아왔다. 다른 작품들도 많았지만 당연 G가 만든 것부터 찾아 예술품을 감정하듯이 여기저기 꼼꼼히 들여다본다. G와 오고 가는 대화가 정겹다. G의 작품 이외에도 여러 점을 후하게 구입해 주시고 쿨하게 떠나셨다.
어스름이 깔리고 트리처럼 쳐진 백열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야시장 같은 활력과 선선한 가을바람에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는다.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사람들 틈에 멀리서 보이는 누군가를 향해 G가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G와는 상반되게 거구의 키가 제법 큰 남자다. 부스 가까이 와서야 G는 마중 나가며 아빠라고 소개한다. G의 아버지와는 초면인데 선한 눈매와 이목구비가 많이 닮아 있다.
여태 쉬지 않고 부스를 지키고 있던 G에게 아버지와 다른 부스도 구경하며 즐기다 오라고 등을 떠밀었다. 멀어져 가는 부녀의 뒷모습에서 사랑을 본다.
행사가 종료되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사랑받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바람처럼 스친다. G를 향한 가족들의 사랑을 보면서, 그리고 G를 생각하면서 사랑하는 이들과 사랑받는 이들이 행복할 수밖에 없음을 느낀다. 아직은 어리고 미숙한 G이지만 사랑받고 있기에, 사랑을 줄 수 있는 이가 될 것이기에 험난한 세상도 지치지 않고 잘 살아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