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친구인가?
'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안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나 이는 곧 향기와 더불어 동화된 것이다.'
'선하지 못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절인 생선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나쁜 냄새는 알지 못하나 그 냄새와 더불어 동화되는 것이다. 이는 붉은 주사를 지니고 있으면 붉어지고 검은 옻을 지니고 있으면 검어지게 되는 것이니, 군자는 반드시 그와 함께 있는 것을 삼가야 한다.'
- 최인호의 유림 1 중에서 -
죽어서 역적죄인이 된 조광조의 시신을 거두어 준 친구 양팽손의 이야기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고마해라, 많이 무따 아이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친구'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화 '친구'의 명대사이다.
2001년 개봉 당시 대 흥행을 기록하면서 그 속뜻을 두고 수많은 해석이 분분했던 대사이기도 하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니가 가라 하와이", "너거 아버지 뭐 하시노!", "내가 니 시다바리가" 등의 주옥같은 대사들을 흉내 내느라 다들 배꼽 꽤나 잡기도 했을 것이다. 당시 각종 코미디프로에서도 빠지지 않고 패러디할 정도였다.
잘생긴 장동건의 빡빡머리와 유오성의 신들린 듯한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장면 장면들이 워낙 강렬해서 아직도 당시 극장의 엔딩 크레디트 장면에서 울리던 '언젠가 만나겠지...' 구슬픈 사운드 트랙이 귀에 선하다.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감싸주던 사춘기를 지나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세 친구의 이야기로, 사춘기까지는 마치 하나의 선이었다면 성인이 되어서는 세 가지 갈래길로 갈라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인생의 향방을 누가 알겠는가. 두 친구의 갈래길은 어느새 다시 얽히고설켜 조폭 세계에서 죽이고 죽는 살벌하고도 슬픈 관계로 뒤바뀌게 된다. 비 오는 날 동수의 죽음 장면은 느린 슬로모션과 고음의 오페라 선율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마치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보는 듯하다.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하고, 충격적이면서도 애잔한,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먹먹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거미줄 같은 관계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다양한 친구들과 연을 맺고 끊는다. 어떤 이유로 만났든 80억 분의 1의 경쟁을 뚫고 만난 귀한 인연들이다. 다만 그 연이 거미줄 같은 끈끈한 관계이다가도 갑자기 적으로 돌변하여 말라죽을 때까지 피를 빨아먹기도 하니 선연인지 악연인지 그 끝을 우리는 알 수 없다.
한번 끊어진 친구 관계는 다시 매듭으로 엮기가 쉽지 않다. 친구라는 이유로 때로는 아픈 가족사까지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사랑과 신뢰를 줬던 만큼 그 배신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뼛속까지 시린 서운함에 매몰차게 뒤돌아 서게 된다. 그만큼 생의 끝까지 함께 할 친구가 많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친구'의 뜻풀이는 오래도록 가깝게 지내온 사람이다. 진정한 친구 세 사람만 있으면 그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살아온 거라고 얘기들 한다. 관계의 역설처럼 수많은 친구들이 있어도 내가 무너질 만큼 힘들 때 전화 한 통 걸만한 친구가 없다면 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진정 오래도록 가까운 친구인가?
나는 난초의 향과 같은 친구인가, 생선 냄새와 같은 친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