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학왕라니 Jul 31. 2022

여행 갈 때 안 챙기면 크게 후회하는 소소한 것들

2022.07.31. 일요일

2박 3일 여행 마지막 날이다. 이틀 동안 계곡에서 물놀이 실컷 하고 돌아가는 날인데, 새벽부터 비가 제법 온다.

집으로 가는 길에 녹차밭을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본다. 미술관을 선택했다. 왠지 화장을 해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숙소에 빗이 없다. 드라이기는 있는데, 빗이 없다.

호텔에 가면 일회용 하얀색 빗이 있는데, 펜션에는 없는 경우가 많다. 그걸 알면서도 항상 빼놓고 온다. 결국 머리를 말리고 대충 손으로 빗어내린다. 빗이 있으면 참 좋으련만. (여행용 작은 빗을 하나 사야겠다.)


처음 여행을 다니면서 자주 빼놓고 다녔으나, 지금은 꼭 챙기는 것이 있다.

약병에 들었지만, 약이 아니다. 클렌징 오일이다! 늘 화장품은 챙기지만, 화장 지우는 걸 챙기지 않았다. 여행 간다고 화장은 평소보다 진하게 해 놓고, 폼클렌징으로만 세수를 하고 나면 꼭 볼일을 보고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처럼 찝찝하다. 다음날에는 화장이 잘 먹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 남자들은 절대 이해 못 하겠지만 밤이 되면 머리를 묶어서 목 뒤를 시원하게 해주고 싶다. 근데 여행 가면서 꾸민다고 머리를 풀기 때문에 놓치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흔하디 흔한 이 고무줄 하나 사려고 밤에 편의점을 다녀온 적도 있다. 여행지에서는 사소한 것들이 더 간절해지는 법이다.


또 하나, 나의 여행 필수품은 책이다.

신혼 때 남편은 나에게 "짐도 많은데, 책은 왜 챙겨?"라고 했다. 하지만 여행 가서 읽는 책은 그 맛이 다르다. 이제는 이런 나에게 익숙해졌다. 그래도 가끔은 묻는다.


"지금 이 상황에 책이 넘어가?" 


여행 가서 밥은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책은 왜 눈구멍으로 못 넘기겠냐며 (마음속으로만) 생각한다. 그런데 책 읽는 아내는 못마땅해도 책 읽는 아들은 좋은가보다. 아들이 여행가방에 자신의 물건을 챙기며 책을 빼놓지 않고 챙기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빼라는 소리를 한 적이 없다.

여행을 가면 평소 아무렇지 않게 쓰며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빗, 클렌징 오일, 머리방울)에 대한 감사함을 느낀다. 또한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에 더해져 나를 깊게 사고하게 만들어주는 책에 대한 애정도 진해진다.

이전 03화 살풀이는 조갑녀, 그렇다면 나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