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있다보면
아이들의 부모님과 연락을 할 일들이 종종 생긴다.
특히 아이들이 아플 때, 학교에 늦거나 혹은 조퇴를 해야 하거나.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말투와 부모님의 말투가 너무 비슷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이들의 언어 습관이 부모님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다.
결혼 전에는 "신기하다."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내가 아이를 낳고 보니 '유전의 힘'이 실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집 아이는 아빠랑 정말 똑같다.
외모, 식성, 사고 방식까지 모조리 아빠를 빼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나를 닮은 게 있다.
내가 하는 말들을 기억해 뒀다가 적재적소에 아주 똑같이 써 먹는다.
무심코 내뱉은 "아~C"조차도.
보통 인간에게 끼치는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이야기할 때
유전이 50%, 환경이 50%라고들 이야기한다.
나는 우리집 아이와 학교의 아이들을 보면서 유전이 100%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50%의 영향을 끼치는 환경이라는 것 또한 결국은 그 부모가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까지 아이의 세계는 부모가 전부다.
부모의 언어 습관, 생활 습관, 사고 방식을 보고 배우며 자라나는 아이들은
그 부모의 영향을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은연중에 우리집 아이가 나의 나쁜 습관을 배우고 있을까 걱정될 때도 있다.
아이에게는 좋은 것만 주고 싶다.
내가 가진 나쁜 것은 수박에 든 수박씨 골라내듯 쏙쏙 파내고
맛있고 아삭한 빨간 속살만 건내 주고 싶다.
아이에게 물려줄 것 중 제일 값지고, 제일 귀한 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건 바로 시간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것.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달라질 터.
한 달 전부터 미라클모닝을 하고 있다.
침대에 붙어있고 싶은 어둑어둑한 새벽,
게으른 나를 억지로 깨워 나만의 미라클모닝 루틴을 실천한다.
며칠 전에는 아이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자지 않고 밤부터 아침까지 책을 읽어요?"
보고 있지 않은 줄 알았는데 아이는 다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에게 돈은 많이 못 물려줘도 시간 하나는 제대로 물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