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다.
교직 생활 13년 만에 전학생은 처음이다.
전학생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학년 담임선생님들 간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전학생으로 인해 과중되는 업무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가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보통 전학이라고 하면
'이사를 했겠거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학교에는 학교 폭력, 학교 부적응, 위장 전입 등 다양한 사유들이 존재한다.
어떤 아이가, 어떤 사연을 안고,
나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 반에 와서,
어떤 물결을 일으킬지는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있는 학교는 전학생이 오면
학생 수가 적은 반을 우선으로 배정하되
학생이 원하는 선택 과목과 맞는 반에
최종적으로 배정하게 된다.
이번엔 우리 반.
한편으론 설레고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인사를 하러 온 아이를 만나러 갔다.
요즘엔 학생의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시대이기 때문에 어떤 사정으로 전학을 오게 되었는지 묻는 것도 실례다.
그저 아이와 학부모님의 차림새, 눈빛, 말투로 나름대로의 추측만 해 본다.
무던한 아이가 왔구나 하고 안도한다.
아이를 낳고서
학교 아이들의 모습에
내 아이의 미래를 대입해 보게 된다.
마주하는 어머님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찾아보기도 한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생각도 못해봤을
전학생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서류를 작성하는 전학생 어머니의 손에서
긴장과 걱정이 전해진다.
학부모님들 중에
아이의 전학을 가볍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특히나 초등학교 시절 이런저런 이유로
전학을 종종 하게 되는데
그로 인한 상처를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안고 있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아이들이 전학을 와
새 학교, 새 사람, 새 환경 속에 적응하고
기존의 조직 안에 들어가기 위해 겪는
내외적 갈등을 지켜보는 입장에선
내 아이는 되도록이면 전학시키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 아픈 순간들이 있다.
이런저런
염려를 안고 지난 금요일
우리 반 아이들에게 새 친구를
따뜻하게 대해주기를 신신당부했더니
오늘 아침 머쓱해하는 전학생을 알뜰살뜰 챙긴다.
전학 온 친구 또한
쑥스러워하면서도 아이들 곁에 다가서려고
애쓰는 모습이 기특하다.
그렇게 아이와 어른 어디쯤에 서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이미 나와 인연을 맺고 있던 아이들도 예쁘고,
새롭게 인연을 맺어갈 아이도 예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우리 반 전학생 친구가 내년이면 전학 왔다는 사실도 까먹을 만큼 잘 적응하길 바라본다.
제 빛깔 맘껏 빛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