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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채은 Feb 04. 2024

통제를 원하는 아이들

얼마 전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영화관에 갔습니다. 학교 아이들과 <서울의 봄>을 보았어요. 보고 나서 아이들과 가슴을 치며 영화관을 나섰는데요. 주인공 전두광의 대사 중 잊히지 않는 대사가 있습니다.



"인간이 명령 내리는 거 좋아하는 거 같제?
인간이라는 동물은 안 있나,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기를 바란다니까."




<서울의 봄>의 역사적·정치적 배경은 차치하고, 저는 이 대사를 통해 전두광이라는 캐릭터가 인간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두광의 말처럼 인간은 지덕체를 갖춘 카리스마 있는 리더를 원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뭐든 제 맘대로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 스스로가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 하고, 부모의 말 따윈 구속처럼 느끼는 것처럼 보이죠.



 더군다나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통제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숙한 우리 아이들은 사실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지혜로운 부모의 통제 안에 있고 싶어 합니다.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다이애나 바움린드는 부모와 자녀 간의 상호작용 관찰을 토대로 부모의 양육 방식을 '애정'과 '통제'의 수준에 따라 4가지로 분류했습니다.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더 유명해진 이론이기도 합니다.




바움린드는 부모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1. 허용적인 부모 (애정 높음, 통제 낮음)

2. 권위적인 부모 (애정 높음, 통제 높음)

3. 무관심한 부모 (애정 낮음, 통제 낮음)

4. 독재적인 부모 (애정 낮음, 통제 높음)




이 4가지 유형 중 가장 이상적인 부모의 양육 태도는 무엇일까요?



바로 애정도 높고, 통제도 높은 2번 권위적인 부모 유형입니다. 바움린드는 권위적인 부모에게서 아이들의 성장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권위적 부모의 특징은 아이의 생각과 감정 표현을 자유롭게 허용하지만 지켜야 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엄격합니다. 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부모죠.



권위적 유형 아래에서 자란 아이는 대체로 쾌활하고 적극적이며 자존감이 높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도 삼가고 자율성과 책임감이 모두 탁월합니다. 타인과 협업하는 능력 또한 높아요.



교육학 시간, 처음 이 이론을 봤을 때 꽤나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통제', '권위적'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아이를 키운 경험도, 아이들을 가르쳐 본 적도 없어 1번 허용적인 부모가 가장 이상적일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아이들을 13년간 가르치고, 아이를 7년 기르다 보니 권위적인 부모가 이상적이라는 말이 적극 공감이 됩니다.



이론의 핵심은 '통제'만 높으면 안 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아이에 대한 부모님의 '애정'이 함께 높아야 합니다. '애정'이라는 용어를 '자애로움'이라고 번역하기도 해요. 이상적인 부모는 아이에게 정이 깊으면서도 분명한 한계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이론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권위와 독재가 한 끗 차이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서울의 봄>의 전두광 캐릭터처럼 부모님들도 '정'이 없이 '통제'만 하면 아이에게 독재적인 부모로 기억될 수 있게 됩니다.



요즘 부모님들이 제일 경계해야 할 유형은 1번, 허용적인 부모입니다. 가끔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면 아이와 친구같이 지내는 관계를 자랑하곤 하십니다. 제 또래 엄마들 중에 자녀와 친구 같은 관계를 꿈꾸는 분들도 계시죠. 이런 분들이 허용적인 부모의 양육 태도를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분들께 저는 말씀드립니다. 아이랑 '진짜 친구'가 되면 안 된다고 말이죠. 친구 같은 부모님은 아이가 점점 커갈수록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힘든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아이 앞에서 권위를 잃지 마시라고요. 아이 앞에선 아이보다 큰 어른이셔야 한다고 말이죠.



예를 들어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부모님이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 부모님이 게임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정해진 시간보다 게임을 더 하고자 하면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여야 합니다.



우리 어른들도 살다 보면 삶이 힘든 순간이 옵니다. 직장에서 깨지고 나면 부모님이 떠오를 때가 있죠. 때때로 우리를 많이 좋아해 주셨던 선생님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서는 아이들도 앞으로 매 순간 어려움에 부닥칠 겁니다. 그럴 때 아이가 떠올릴 수 있는 부모님이 되셔야 해요. 



아이가 오늘 축구 경기에서 지고, 시험을 망쳐 속상해할 때 엄마, 아빠가 전해주는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는 거야."라는 말이 힘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똑같은 말이라도 허용적인 부모와 권위적인 부모가 들려주는 말의 힘은 달라집니다.



권위를 아이의 머리가 커진 후 가지려고 하면 늦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들과 엄마의 경우 아들의 몸집이 엄마보다 점점 커지죠. 사춘기 아이들은 자신을 통제하려는 엄마를 싸우면 이길 수 있는 대상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적절한 통제도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는 억압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이에 대한 애정도 일찌감치 표현해 주지 않으면 아이는 느끼지 못합니다.



권위적인 부모의 모습을 아이에게 심어줄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초등 입학 전(6~7세)에서 초등 저학년(8~10세)입니다.  시기 아이에게 심어진 권위를 가진 부모의 모습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통제를 원합니다. 무한한 애정이 단단히 다져진 통제를 아이에게 선사해 주세요.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시되 아닌 건 아니라고 정확하게 설명해 주세요, 우리 아이가 사춘기를 무사히 지나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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