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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채은 Mar 06. 2024

부모를 똑 닮는 아이들

오랜만에 학교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올해 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하니 선배맘으로서 조언을 해줍니다.



"채은아, 국어는 000 전집 시리즈를 1학년 때까지 다 읽어야 하고, 수학은 00 학원을 가야 하고, 영어는 00 어학원에서 파닉스 과정부터 밟아야 해. 저학년 때 현악기를 하나 해야 하고, 남자아이니까 00 축구 교실을 보내."



선배는 어떻게 그런 걸 아냐고 물었더니 이게 다 요즘 사교육 좀 한다는 아이들이 밟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선배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도 그걸 다 시키면 한 달 학원비가 얼마인가 계산을 해봅니다.



그리고 문득, 아이 교육에도 유행이 있다 싶습니다.



옷 입을 때를 생각해 보면, 유행 따라 옷을 입으면 트렌디한 패셔니스타가 될 가능성도 높지만 유행을 잘못 따라가면 흑역사를 남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이 사교육에 무관심한 후배에게 고급 정보를 대가 없이 알려준 선배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아이는 선배가 말하는 과정을 모두 따라가기에는 힘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아이는 남편을 빼닮았기 때문이죠.



'고등학교에서도 잘할 아이'로 키우는 데 있어 학부모님들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아이는 부모를 똑 닮는다는 것입니다.



즉, 내 아이는 '나'이거나 '나의 배우자' 혹은 '그 사이 어딘가'라는 것입니다. 



이는 우선적으로 아이가 부모의 생물학적 특성과 부모가 제공하는 환경적 특성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 아이도 스마트폰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다거나, 부모가 비만 혹은 안 좋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도 비만 혹은 안 좋은 식습관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또 한편으로 이는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부모를 투영해 아이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가령, 아이가 '나'를 닮았다면 아이는 내가 학창 시절 잘했던 것에 강점을 가질 가능성이 크고, 내가 학창 시절 못했던 것에 약점을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내가 재밌어했던 것은 아이도 즐겁게 참여할 것이고, 내가 싫어했던 것은 아이도 흥미가 낮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희 집 아이는 제 남편을 똑 닮았습니다.  유전자는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로 정말 아이 아빠와 생김새, 체격, 식성, 성격, 사고방식 등이 똑같습니다.



그럼 제 남편의 강점과 약점은 어떠냐구?



제 남편은 수리사고력, 시각 정보 습득 및 기억에 강점을 지니고 있고, 문해력과 지구력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점을 저희 아이가 기가차게 빼닮았습니다.



저희 아이는 책을 봐도 글자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림만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숫자와 연산은 습득과 이해가 비교적 수월했지만 한글 및 글 읽기는 습득이 굉장히 오래 걸렸습니다.



한편 제 아이는 예민한 기질이 있는 데다 지구력이 약한 편이다 보니 앞서 선배가 말한 저 과정들을 순순히 따라올 리가 만무합니다. 분명 자기 취향에 따라 거부하거나 제가 강제강제로 시켜도 충실히 해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선배의 아이는 선배의 남편을 꼭 빼닮았습니다. 선배의 남편은 온순하고 학구열이 높고, 지구력이 강합니다. 그런 아빠의 성격을 가진 선배의 아이는 교육에 열정적인 엄마가 제시하는 과정을 기꺼이 따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마 전 직장 동료 선생님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선생님이 본인의 아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우리 00이가 유치원 적응이 너무 힘들어서 걱정이야. 유치원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낯설면 등원 거부를 하니까 곧 새 학긴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때 한 선생님이 이렇게 조언하더라고요.



"답은 선생님이 알고 계실 거예요. 아이의 그런 성향이 선생님을 닮은 건지, 선생님 남편 분을 닮은 건지 생각해 보세요. 선생님은 그러신 적 없으세요?"



고민을 이야기했던 선생님은 소아과 선생님도 똑같이 말씀하셨다며 본인이 어린 시절 그랬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본인이 그 과정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를 말씀하시면서 자신의 아이에게 제시해 줄 수 있는 해답을 찾으셨어요.



3월. 아이의 입학과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까에서부터 시작해 아이 공부는 무얼 시켜야 하고, 무슨 학원을 보내야 하고, 예체능은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 수많은 고민들이 있으실 거예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이 조급해질수록 욕심을 내려놓고 우리 아이를, 부모인 '나'를, 혹은 '배우자'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는 부모를 꼭 닮습니다.



한 번씩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이렇게들 말씀하시죠?



"넌 누굴 닮아 그러니?"



곰곰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누굴 닮은 건지.



아이의 강점과 약점을 부모보다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아이 강점과 약점 잘 들여다보시면서 강점을 키우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아이가 기꺼이 따라올 만한 방안으로 아이 학교 생활의 첫 단추를 꿰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아이와 동행하시다 보면 반드시 우리 아이는 고등학교에서도 잘하는 아이로 성장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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