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쓸채은 Mar 16. 2024

(에필로그) 고등학생에게도 제일 중요한 엄마, 아빠

저희 아빠는 제가 제가 임용고시에 합격하던 연도에 돌아가셨어요. 딸이 첫 임용에 떨어져 재수하는 것만 보시고 진짜 교사가 되는 건 보지 못하셨어요. 당연히 제가 결혼하는 것도 못 보셨고, 제가 낳은 아이도 보지 못하셨죠.



그런데 참 신기한 게요. 손주 얼굴도 못 본 아빤데 아이에게 어떤 이벤트가 있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아빠예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전날도 아이 손을 잡고 아빠가 계신 납골당을 찾아 술 한 잔 올리왔어요.



학교라는 새 환경에 처할 아이가 걱정되는 마음에, 하늘에 계신 아빠가 내 아이를 잘 돌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인가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요. 아닌 것 같아요.



나이가 마흔이 다 되어가는데도 새로운 일, 경험해 보지 못한 일, 미지의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의지의 대상은 늘 부모님이었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었던, 그래서 믿고 기대왔던 엄마와 아빠.



살아계신 엄마에게 찾아 가도 되지만 연로하신 엄마에게 나의 이 불안한 마음을 털어 놓으면 엄마도 걱정하시니까 말씀이 없으신 아빠를 찾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것 같아요. 고등학생인 아이들과 상담을 다 보면 참 신기해요. 요즘 고등학생들은 어찌보면 어른 같기도 하거든요. 우리 때는 대학생이나 되어서 마시던 커피도 우리 아이들은 아침에 등교하면서 한 잔 테이크 아웃하고, 학원 가기 전에 하교하면서도 한 잔 테이크 아웃해요. 커피 마신다고 어른은 아니지만 그만큼 그런 문화에 익숙한, 성숙된 아이들인데요.



이런 아이들도 상담하며 엄마, 아빠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합니다. 성적이 안 나온다고 혼내는 아빠 때문에 우는 아이도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로와 엄마가 생각하는 진로가 달라 고민인 아이도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가 부담스러워 우는 아이도 있어요.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다 큰 고등학생들의 공통점은 모두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겁니다. 



지난 해 저희 아이 유치원에서 학예회 비스무리한 행사가 있었어요. 5살, 6살, 7살 어린 아이들이 무대에서 악기도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하고, 영어 발표도 하더라고요. 저 작은 아이들이 어떻게 저런 걸 다하나 하면서 봤어요.



그런데요, 무대의 아이들은 자기 엄마, 아빠만 봐요. 우리 엄마를 위해서, 우리 아빠를 위해서 혹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서 그 떨리고 어려운 순간을 잘해보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저희 아이도 그 행사 준비를 하면서 날마다 그러더라고요.



"엄마, 내가 왜 열심히 하는 줄 알아?"

"왜 열심히 하는데?"

"엄마 기쁘게 해주려고 그러지!"



고등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하기 위해, 자랑스러운 아들, 딸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되려고 애씁니다.



돌아보면 저희도 어린 시절도 그랬던 것 같아요. 성적이 좀 잘 나오거나, 달리기를 좀 잘하거나, 상이라도 하나 받게 되면 제일 먼저 이 소식을 알려주고 싶은 사람이 부모님이었죠.



저희 집 아이와 같이 어린 아이들은 물론 초등학교,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 나아가 40이 넘고, 50이 넘은  어른에게도 엄마, 아빠는 너무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지금 내 아이에게 엄마 혹은 아빠인 내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잊지 마세요.



지금 유치원에 다니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우리 아이에게는 부모님이 세상의 전부이구요, 아이가 조금씩 커가면서 아이의 세상에서 부모의 자리가 조금씩 작아진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제일 기쁜 순간, 제일 슬픈 순간, 제일 두려운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부모인 우리일 겁니다.



그런 순간들 속에서 아이가 흔들리지 않고 제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아이가 내 품 속에 쏙 들어 앉았을 때부터, 그리고 그 아이가 내 품에서 좀 멀어질 때까지도 우리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든든한 버팀목이, 탄탄한 동앗줄이 되어주세요.



든든한 부모님 덕분에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서, 나아가 사회에서도 제 몫을 다 하는 어른으로 자라날 거예요.

이전 12화 부모를 똑 닮는 아이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