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그 교육법

틱 증상을 겪은 아이와 함께 산을 오르며 배운 안티 도파민 육아

by 놀채은

지난해 아이에게 틱이 왔다. 지금은 괜찮아진 걸 보면 짧고 강력한 놈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관련 서적을 뒤적이고 없는 인맥 동원해 가며 소아정신과 진료도 받았다. 그리고 뜻밖의 범인을 마주했다. 바로 '도파민'이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원치 않는 움직임이나 소리가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아이들은 도파민 과잉의 시대에 산다. 화려한 영상, 신나는 게임, 즉각적인 보상... 뇌가 쉴 틈 없이 자극을 받아내는 동안, 아이의 전두엽은 브레이크를 거는 법을 잊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의사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의 뇌를 쉬게 해 주라고.



서울대 김붕년 교수의 처방: "아이를 심심하게 두세요"


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는 저서 <아이의 뇌>에서 "아이를 심심하게 하라."라고 권유했다. 심심함. 그것은 내가 그토록 아이에게서 없애주려 노력했던 감정이었다. 외동인 아이가 "심심해"라고 말하면 나는 괜히 불안해졌다. 그래서 주말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신나는 체험을 찾아다니며 아이의 욕구를 채워줬다.


하지만 뇌과학은 아이에게 알찬 시간을 제공하려던 나의 부단한 노력과 정반대를 가리켰다. 아무런 자극이 없는 '심심한 상태'가 되어야 뇌는 비로소 쉬고, 내면을 정리하며, 창의성을 발휘할 틈을 얻는다고 말이다.


요즘 미국 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안티 도파민 육아'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를 지겹게 만들어 지루함을 가르치고 건강한 결핍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역설적으로 아이의 뇌를 가장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었다.



아이와 산에 오르는 이유


그래서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산으로 향했다. 화려한 영상도, 재미있는 놀이도 없는 산. 오직 흙길과 나무, 그리고 거친 숨소리만 있는 그곳은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지겨운' 장소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등산이 좋다. 엄청 높은 꼭대기를 볼 필요 없이, 그저 내 발 앞에 놓인 길을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닿는 그 느낌. 그 정직한 성취감을 아이도 느끼길 바랐다.


다행히 아이는 올라갈 땐 괜찮았다. 이 돌을 밟을까 저 돌을 밟을까 선택하고 지나가는 어른들의 응원과 칭찬도 힘이 됐다. 하지만 내려오는 길, '언제 다 가?', '다리 아파.' 아무런 자극도 없는 그 길을 몹시도 지겨워했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 지루함을 견디며 몸을 움직이는 그 시간 동안 아이의 뇌는 도파민 대신, 은근하게 차오르는 세로토닌을 맛보았을 것이다.



지겨운 것들이 주는 치유: 등산, 줄넘기, 독서


아이의 틱 치료를 위해 만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생활 처방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운동, 독서, 그리고 잠.

처방 후 아이가 할 운동 중에서 아이와 내가 선택한 것은 등산, 줄넘기, 수영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겹다'는 것. 승부의 짜릿함보다는 일정한 호흡으로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수행'에 가까운 운동들.


이 지루한 반복이 아이의 뇌신경회로를 튼튼하게 다시 깐다. 즉각적인 쾌락 대신 땀 흘린 뒤의 개운함을, 15초짜리 영상 대신 긴 호흡의 책 읽기가 주는 깊은 맛을 알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도파민에 힘들어하는 아이의 뇌를 해독하는 유일한 길이다.


초등 아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시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의 진짜 힘은 지루한 구간을 묵묵히 통과할 때 길러진다.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심심함'을 선물할 예정이다. 아이의 "심심해!"라는 외침에 의연해져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변하지 않는 태도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