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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ul 25. 2017

가난한 결혼,
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4편)

펀드 투자의 첫 경험을 하다


☞  가난한 결혼, 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1편)

☞  가난한 결혼, 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2편)

☞  가난한 결혼, 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3편)




외벌이로 만들어낸 경제적 여유에 대한 3가지 비결


첫째, 아내의 절약 신공.

둘째, 복리 상품 투자가 아닌 복리식 투자.

셋째, 흐름에 맞는 투자. 지속적인 투자 공부.




가난의 역설


지금은 신림동도 많이 변했지만, 제가 살던 90년대 말의 신림동에는 돈 없는, 소위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달동네까지는 아니었지만 여유롭게 생활하는 집은 드문 편이었죠. 그곳에 살기 시작하면서 여러 이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의아했던 점은 생각보다 아끼며 사는 사람은 드물었다는 겁니다. 역설적으로 가난했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항상 쪼들린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착실하게 아껴 보다 나은 환경으로 옮겨가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은 의외로 적었죠. 씀씀이 또한 적지 않아 보였고요.     


신림5동에서 4동으로 한번 이사를 하며, 신림동에서만 거의 6년을 살았습니다. 두 집 모두 다세대 주택이었죠. 여름이 무척 더웠던 기억이 나네요. 워낙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보니 환기가 잘 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 놓아도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매번 찜통더위를 실감하며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겨울에 비하면 여름이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가스비를 아끼기 위해 최소한의 난방만 하며 살았으니까요. 난방을 하더라도 잠들기 전까지만 하고, 잘 때는 항상 끄고 잤죠.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반팔, 반바지로 지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항상 내복은 기본이고 긴 팔, 긴 바지,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패딩조끼까지 입혀 재웠죠.          



펀드 투자의 첫 경험을 하다


그렇게 살았음에도 보유자산은 쉽게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제 연봉의 반 가까이를 저축하며 살았지만, 직급도 낮고 연봉 또한 많지 않다보니 모이는 절대 액수는 작을 수 밖에 없었죠. 가끔 1년에 얼마씩 모아야 보다 괜찮은 환경으로 이사갈 수 있을지 그리고 꿈에 그리는 집을 살 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려 보곤 했지만 수치상으로는 요원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보유하고 있던 적금의 만기가 도래했습니다. 이 자금은 약 8개월 후 이사할 집의 전세금으로 보탤 예정이었죠. 기간이 짧아 1년 정기예금으로 넣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바로 옆 부서였던 자금팀의 대리님을 찾아갔습니다. 조언을 구하자 그 대리님 왈,


“그냥 펀드에 넣어 놔.”


응? 펀드? 펀드가 뭐지? 당시엔 정기예금, 적금과 같은 저축 밖에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주식, 펀드투자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던 상태였죠. 물어보니 그냥 그 정도의 기간으로 투자하기 좋은 상품이라고만 설명해 주시더군요.     


회사 바로 옆 건물에 지금은 KB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현대증권사가 있었습니다. 시간을 내 그 곳을 방문했죠. 펀드 가입하려 왔다고 하니 앉으랍니다. 은행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웬지 그런 분위기에 주눅드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상담직원이 뭐라 뭐라 설명해 주기에 고개를 끄덕여가며 듣긴 했지만, 솔직히 잘 못 알아듣겠더군요. 질문을 해야 하는데 뭘 대충이라도 알아야 하지요... 어찌어찌하다보니 도장찍고 펀드 통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첫 가입이라며 조그만 기념품도 받았던 것 같네요. ‘오호, 증권사에서는 이런 것도 주는구나~’ 앞으로 증권사랑 친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先 묻지마 투자, 後 공부


그리고 8개월 후 펀드를 해지했습니다. 총 금액을 보니 원금에 무려 8%의 이자가 붙어 있더군요. 헛, 이런 횡재가? 연으로 따진다면 12%의 수익률이었습니다. 당시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5% 정도였을 겁니다. 무려 2배가 넘는 수익을 거둔거죠. 펀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졌습니다. 모르고 했는데도 이 정도의 수익률이라면, 제대로 공부한다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순서가 뒤바뀌긴 했죠. 선 ‘묻지마 투자’ 후 공부를 시작한 거니까요. 어쨌든 첫 펀드의 좋은 기억이 저를 투자의 세계로 끌어들였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펀드에 대해 독학으로 공부한 후, 본격적으로 두 번째 펀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고나니 증권사 직원의 이야기가 조금 들리더군요.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투자를 통해 금방 돈을 불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웬걸요! 최소 10% 이상의 수익을 생각하며 투자했던 펀드가 1년이 되자 그만 마이너스가 되버린 겁니다. 


아찔하다 못해 미칠 것 같았습니다. 참다 못해 상담했던 증권사 직원을 찾아가자 무덤덤한 목소리로 주식시장이 안 좋아 그런 거라며 기다려 보랍니다. 기다리고 있으면 원금 회복은 물론 수익까지 날 수 있는 거냐고 묻자 아마 그럴 것이라며 약간 얼버무리더군요. 웬지 미더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자신감 있는 표정, 말투를 보여주더니...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방법도 없었습니다. 괜히 펀드 투자란 걸 해서 이렇게 피같은 돈을 손해보는구나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또한 펀드에 눈을 뜨게 만들어 준 옆부서 대리님까지 미워졌습니다. 그냥 계속해서 예ㆍ적금이나 하라고 하지...



☞  가난한 결혼, 그리고 돈을 모은다는 것(5편)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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