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의 의미(4편)
한국은행은 왜 기준금리를 3회 연속으로 동결했을까?
☞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의 의미(1편)
☞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의 의미(2편)
☞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의 의미(3편)
매 맞기 전의 공포
지난 5월 25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날은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하는 날이었죠.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와 금통위 위원들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확실히 잡을 것인지, 아니면 경기침체,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진입하려는 경기의 방향성을 어떻게든 잡아둘 것인지 말이죠. 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한국은행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을 통해 경기침체를 막겠다는 선택을 했습니다. 뭐 충분히 이해가 되는 선택입니다. 물가 상승률은 둔화되는 추세(6.3% [22년 8월] → 3.3% [23년 5월])이고, 경기침체는 알게 모르게 우리 경제를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어찌 되었든 한국은행에서는 물가 대신 경기침체를 선택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라떼는 말이야'가 떠오르긴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비유하기 위해 제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하나 해볼게요. 당시는 학교 선생님들이 ‘사랑의 매’를 들던 시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 1 때 수학 선생님이 참 무서웠는데요, 특히나 시험본 다음 날이 아주 심했죠. 수학쌤은 시험이 끝나고 나면 반 성적표를 들고 와서 한 명 한 명 성적을 불러 줍니다. 그리고 지난 시험 성적과 비교해 1점이라도 떨어진 경우 (당연히 매 타작을 위해) 앞으로 부르는데, 거의 대부분 반의 절반 정도가 호출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난 시험 성적이 95점이었고, 이번에 92점을 기록했다면 떨어진 점수만큼 3대를 맞아야 하는 겁니다. 반대로 지난 시험에 45점을 맞았고 이번에는 47점이라면, 그래도 2점 상승했으니 매 타작에서 제외되는 거죠. 억울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수학쌤의 사랑의 방식(?)이었으니까요. 성적이 떨어진 친구들은 서서 매 타작을 기다립니다. 1명씩 순서대로 맞아야 하니까요.
자, 여기서 질문 하나 해 볼게요. 이때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맞기 전일까요, 아니면 고통스럽게 맞고 있을 때, 혹은 다 맞고 난 이후 통증이 지속되고 있을 때일까요? 당연히 맞기 전이겠죠? 오히려 맞고 난 이후에는 아직 맞지 않은 친구들을 보며 ‘씩~’ 웃을 수 있는 여유(분명 속으로는 '너네도 함 맞아봐라!' 할 겁니다)까지 생기기도 하죠? 난 이제 끝났다며 말이죠.
경기침체 VS 미친 물가
경기침체는 사회 전반에 고통을 가져다줍니다. 개인은 물론 기업들의 상황까지 안 좋아지면서 국가 경제는 물론 기업인들 그리고 직장인들까지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죠. 또한 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지게 되면 재무건전성이 튼튼하지 못했던 기업들이 도산하게 되고, 관련 업체들 또한 파산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국가, 기업, 개인들 모두가 고통받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장점도 있습니다. 만약 전반적인 경제 펀드멘탈 자체가 그리 좋지 못했던 상황이라면 이때 안 좋았던 부분을 떼어버리고 갈 수도 있습니다. 즉 곪아가고 있는 부분을 도려냄으로써, 당장은 너무 아프고 힘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이미 1,000조를 넘었음에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최근의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해 거의 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파산 직전의 건설사들, 그리고 부실 대출과 거대 PF 손실을 떠안아야만 하는 몇몇 은행들 등 이러한 문제들이 정리됨으로써 보다 건강한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겁니다.
또한 경기는 바닥까지 내려가야만 빠르게 올라설 수 있습니다. 반등의 힘으로 경기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밑바닥까지 내려가야만 합니다. 그래야 그동안 우리 경제에 마치 진드기처럼 붙어 있던 여러 문제들을 훌훌 털어 버리고 일어서 비로소 달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염증 부위의 고름을 확실히 짜내지 못하면 언제든 다시 곪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는 더 넓은 부위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의 의미(마지막 편)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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