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시린 날씨에 두꺼운 이불을 덮으려 한다.
하지만 이불은 비에 흠뻑 젖어 무거움과 축축함 뒤에 바로 오한이 스며든다.
밝은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집마다 간신히 새어 나오는 희미한 누런 빛은 매가리가 없다.
그마저 빗속에 묻힌다.
간혹 곰팡내를 맡을 수 없을 때는, 건물 뒤에서 힘차게 돌아 나오는 대마초 태우는 향이다.
절대로 비를 피하지 않는 사람들은 쥐새끼 모양으로 시커멓게 웅크리고 다닌다.
더러운 벌레들은 집을 짓고, 부르튼 엉덩이들은 식당에서 깡통을 딴다.
그림도 없고 소설도 없다.
시멘트에 두꺼운 시커먼 곰팡이가 바이러스처럼 도시와 색을 잠식한다.
절대로 비는 멈추지 않고, 절대로 봄은 오지 않는다.
만약 봄이 온다면 햇살을 남긴 채 나는 이곳을 떠나련다.
하지만 또 여름이 오면 돌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