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팥죽은 드셨는지요?
동지 (冬至)
24 절기의 스물두 번째의 절기로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짓날은 예로부터 팥죽을 먹었다.
팥죽을 먹는 이유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팥의 붉은색은 나쁜 기운을 막고 무탈함을 기원하는 상징이었고,
따뜻한 성질의 팥은 겨울 추위를 이겨내며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 주는 식재료였다.
또한 가족이 함께 새알심을 빚어 팥죽을 나누어 먹으며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절기 음식이기도 했다.
‘십이월’의 예쁜 우리말 ‘매듭달’에 든 동짓날은 한 해를 매듭지음과 동시에 새해를 시작하는,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날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 의미를 새기며 동화책을 읽고, 함께 새알을 빚어 팥죽을 쑤어 먹곤 했다. 편식 없이 뭐든 잘 먹던 아이들이었지만, 팥으로 만든 음식만큼은 썩 좋아하지 않아 아이들에겐 먹는 기쁨보다 만드는 재미가 더 컸을 것이다.
팥을 좋아하지 않는 가족들과는 달리 나는 단팥빵, 팥빙수, 호빵, 팥죽, 팥칼국수 등등 팥으로 만든 모든 걸 좋아한다. 요즘은 나 혼자 먹자고 팥을 불려 죽을 쑤고 새알을 만드는 수고를 하지는 않는다. 아이들과 각자 바쁜 일상을 보내며 동짓날이 아닌 그 어떤 날도 함께 팥죽을 먹지 않는다. 때문에 나 혼자 수시로 단골 팥죽집에 들러 새알심 팥죽이나 팥칼국수를 챙겨 먹는다.
나만의 팥죽을 즐기는 방법은 그릇 한가득 나온 팥죽을 처음엔 담백하게 본연의 맛을 즐긴다.
조금 먹다 소금을 넣어 감칠맛을 느끼며 먹는다. 마지막엔 설탕을 넣어 단팥죽으로 먹으면 세 가지 맛으로 먹을 수 있다.
동짓날을 이틀 앞두고 팥죽을 먹으러 들른 식당에 혼자 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옛 생각에 잠시 잠겨본다. 팥죽을 먹으며 시간을 건너 아이들과 함께 팥죽을 만들 던 여러 해의 겨울이 겹겹이 포개진다. 몸이 따뜻하게 데워져 머릿속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얼굴이 발그레 물든다.
좋아하는 팥죽을 먹어서인지, 마냥 행복했던 추억여행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나에게 음식이 주는 의미는 사람과의 어우러짐 속 관계인 듯하다.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나누는 음식을 통해 과거를 먹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준비한다. 추억은 포근하고, 지금은 더 바랄 게 없으며, 잘 채워진 기분이라 마음이 편안하다.
오늘의 팥죽은 배를 채우기보다는 시간을 건너게 했고, 잠시였지만 아이들과의 추억 여행의 끝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