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내가 요리 선생님
'이런 거라면 내가 하는 게
백 배 천 배는 낫겠어!
더구나 나는 조리사, 영양사 자격증이 있는 전공자인데... 도전!!!'
주말 이른 아침 아이들이 '핑거푸드 만들기' 원데이 요리수업을 체험하였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유명 셰프의 이름을 걸고 진행한 50분짜리 성의 없는 수업에
아이들도 나도 꽤나 실망을 하였다.
유아동 대상 요리수업이라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비해
나눠준 과일과 치즈를 꽂이에 꽂고, 비스킷에 이미 만들어진 토핑을 올려 보는 게 전부였다.
그 이후에도 여러 기관에서 하는 요리수업을 체험하였지만 기대에 못 미쳐 나는 아이들과
직접 요리를 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들과 요리를 함께 하기 시작할 때는 주로 만들기 쉬운 것부터 하는 게 좋다.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아이들은 힘들어하고 금방 싫증을 낼 수도 있다.
요즘은 밀키트도 잘 나오니 그런 것들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대부분의 서양음식은 과학이라고 할 정도로 정확한 용량만 지켜주면 반이상 성공이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일일이 가루를 계량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마트에 나온 키트를 사서 처음 아이들과 쿠키 만들기를 시작했다.
반죽을 하고 성형을 한다. 재료에 견과류나 건과일을 넣어 응용을 할 수도 있다.
구워져 나온 쿠키를 식히고 아이싱으로 꾸며도 좋지만, m&m즈나 스키틀즈 같은
초콜릿을 올리거나 마시멜로를 올려도 근사하다.
간단하고 쉽지만 양이 많아 만족도 최상이다.
버터를 녹이고 옥수수와 조금의 소금만으로 한 솥 가득 간식이 완성된다.
팝콘은 불조절이 생명이다. 잘못하면 홀딱 검게 타버린 팝콘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
재료를 넣고 어느 정도 젓다가 뚜껑을 덮어 '토독토독 토토도독' 소리가 뭐 그리 웃기는지
둘이서 한없이 '꺄르륵 꺄르륵'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팝콘을 먹고 남는 걸로 그림을 그려 꾸미는 활동까지 해 보았다.
빵칼을 주어 햄, 양파, 버섯등의 식재료를 직접 자르게 한다.
토마토소스, 옥수수 치즈를 듬뿍 올려 오븐에 구운 식빵 피자자도 좋지만,
우리가 잘해 먹었던 인절미 피자도 맛있다.
식빵이나 토르티야에 인절미를 잘라 올리고, 피자치즈 듬뿍 아몬드 슬라이스도 솔솔 뿌려 구워낸 뜨끈한 식빵 인절미피자에 꿀이나 메이플 시럽을 찍어 먹으면 조선 스타일 고르곤졸라피자이다.
이건 꼭 해 보길 추천한다. 인절미 콩가루를 듬뿍 올려야 맛있다.
그 외에도 각종 가루들이 잘 나와서 주말 아침 브런치로 비스퀵이나 핫케익도 같이 만들기 좋은 메뉴였다.
식빵 끝을 잘라내고 식빵을 밀대로 납작하게 밀어 크림치즈를 두껍게 골고루 펴 바른다.
딸기잼과 딸기를 넣고, 돌돌 말아 롤을 만들어 랩을 씌워 냉장고에 잠시 숙성 ing~하면
최강비주얼 간지 좔좔 나는 딸기롤 완성이다.
유부초밥을 같이 만들어 한 끼 훌륭한 식사가 되었다.
게맛살과 오이를 채를 처넣고, 허니머스터드 소스로 소를 만들어 참 크래커나 아이비 과자 위에 올린다.
그 위에 알록달록 예쁘게 과일로 장식을 하면 근사한 파티음식이 된다.
달걀보트는 계란을 삶아 반을 가르고 노른자를 파낸 후 노른자 으깬 것과 게맛살과 오이를 채 처넣고
허니머스터드 소스로 소를 만들어 노른자 파낸 자리를 매우면 완성이다.
봄이 되면 딸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싱싱한 딸기를 한껏 즐기고 늦봄즈음에 맛이 빠진 쨈용 딸기가 저렴하게 나오면
스티로폼 두 상자정도 구입하여 아이들과 딸기잼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딸기를 사정없이 으깨고 동량의 백설탕을 넣어 잘 저어가며 끓이기만 하면 수제 딸기잼 완성.
쨈으로도 먹지만 탄산수에 타서 딸기에이드나 우유에 타서 딸기우유를 만들어 먹으니 금방 다 먹는다.
봄이 되고 여름이 되어 싱싱하고 푸릇푸릇한 야채들이 나오면 새콤달콤 피클을 만들어 본다.
아이들에게 양배추, 파프리카, 오이, 양파를 썰라고 한다.
야채만 썰면 피클은 다 한 거다.
식초와 설탕 물을 1:1:1 비율로 넣고 약간의 소금을 넣어 한소끔 팔팔 끓인 후 뜨거울 때 썰어놓은 야채에 부어 밤새 식혔다가 아침에 냉장고에 넣으면 따로 오래 숙성하지 않아도 바로 먹을 수 있는 피클완성이다.
아이들과 식빵피자 만들어서 곁들여 먹기 딱 좋았다.
고구마 비싸다는 어느 해 친구가 친정서 아이들과 직접 캔 고구마를 한 박스나 주었다.
유치원 다녀오자마자 아이들과 찐 고구마, 고구마 채 맛탕, 고구마튀김을 만들어
겨우 내 고구마파티를 열었다. 그중 고구마 채 맛탕은 식감이 재미있다.
고구마를 필러로 얇게 져며서 기름에 후딱 튀긴 후 올리고당이나 꿀을 뿌리고
검은깨 솔솔 뿌려 먹으면 사 먹는 고구마깡 이불 킥하는 맛이 난다.
아이들과 처음으로 만들어본 팥죽 울 엄마표 레시피로 했지만 울 엄마표 맛은 아니었다.
안전한 홈메이드이니 설탕 넣어 단팥죽으로 한 그릇 뚝딱 반응이 대 성공이었다.
찹쌀가루로 아이들이 빚은 새알은 쫀득쫀득 재미있고 맛도 좋다.
아이들과 동짓날 팥죽을 먹는 유래에 대해 책도 찾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밖에도 아이들과 만든 수많은 요리와 추억들이 아직 한 가득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요리를 잘하냐고 묻는다면 완전 아니다.
하지만 뭐든 잘 먹고 잘 자라주어 고맙다.
나는 만들기 체험뿐만 아니라 같이 먹고 즐긴 추억이 주는 정감, 힘, 온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언젠가 관심이 생긴다면 요리를 잘할 것만 같은 기대를 해본다.
"얘들아 나도 니들이 해주는 맛있는 것 좀 받아먹어 보는 날이 오길 바란다.
기대하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