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내가 만난 AB형 들은요....
ㅇㅇ엄마. ㅇㅇ이 왜 어린이집 안 보내요. 잠깐이라도 보내고 좀 쉬어요.
종일 보내기 뭐 하면 특강이라도 보내 보세요. 남자아이는 좀 일찍 보내는 게 좋아요.
요즘은 정부 지원금도 다 나오는데....
여보 나 취업했어.
집 근처 초등학교에 월요일부터 일하기로 했는데 사실 정말로 된 건지 헷갈리는 게 여기는 면접을 경비아저씨가 보네~
일단 월요일 출근해 봐야 알겠어.
하여튼 나 아직 죽지 않았어!!!
교감 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유머러스하고 원리원칙보다는 정이 많은 분이었다. 외부 행사를 따라 나가실 때는 흰 바지에 빽 구두 또는 청바지로 한껏 멋을 부리고 구수한 사투리와 트로트 노래를 즐겨 부른다. 새벽마다 가락시장에서 장을 봐서 막내며느리지만 시어머님을 모시는 아내와 함께 사는 노모를 위해 아침상을 손수 차려드리고 오는 효자이고, 출근해서는 오늘 아침에는 두부를 사서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왔고, 어제는 감자와 돼지등뼈를 우려 감자탕을 준비하고 왔다며 매일 그날의 메뉴를 알려주곤 했다. 반주를 즐기고 음주와 가무에 능하신 정 많고 독특하신 분이었다. 직원들이 조퇴나 결근등의 복무를 올리고 인사하러 오면 이유를 듣지도 않고 손짓으로 가라고 하신다. 이유는 집에 일이 있어서 온 마음이 집에 있는데 아그들을 잘 가르칠 수 있겠느냐이다. 일반적인 관리자 마인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교감선생님 덕분? 때문이었는지 당시 내가 근무하던 초등학교는 여러모로 좋은 실적을 내고 교직원 관계도 나름 좋아 대부분의 교직원이 우리 학교로 아이들을 전학시켜 출근과 육아를 같이 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병설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할 수 있어 편히 근무할 수 있었다.
교무실무사님 또한 만만치 않게 독특한 분이었다. 나이가 나보다 한참 많았는데 아직 올드미스였고, 항상 아이러니하게 초긍정이지만 투덜이였다. 당시 내 주위에선 처음 보는 채식주의자이었고, 살이 찐다며 점심 급식은 안 먹었는데 술을 좋아해서 빼빼 마르진 않았다. 가끔은 미니스커트에 숫자와 알파벳이 써진 망사 쫄바지를 입고 학교에 출근하는 개성 있는 패션 감각도 보였다.
항상 병약해보이는 나와는 달리 으쌰으쌰 에너지가 넘쳐흐른다. 본인은 똑 부러지게 일한다고 생각하는데 성격이 조금 급해서 허점이 가끔 보이고 귀엽다. 무엇보다 나를 많이 도와주고 좋아해 주는 의리파이지만 행동이 앞서서 가끔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는 실무사님이었다. 언제나 내편이었다. 독신주의자였지만 마흔 넘어 와인과 야구를 좋아하는 영혼의 단짝을 만나 결혼하고, 출산하고, 육아하는 모든걸 지켜봤다. 출산 이틀전까지 야구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응원을 하고, 육아도 주로 야구장에서 한듯하여 아이가 뽀로로보다는 야구중계를 더 좋아했다. 지금은 나에게 언니같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