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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Aug 17. 2023

평범했지만 기준 있는 일상의 힘

평범하고 보잘것없이 느껴지는 오늘 하루도 삶의 흔적이 된다

10년째 영어학원을 나름 잘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역에서는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이 학원에 보내면 아이들 실력은 올라간다’라고 하는 인정받는 학원인 것 같습니다. 학부모님들과 신규상담 해 보면, 어머님들께서 우리 학원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시는 것 보고, 어느 정도 분위기는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학원 홍보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SNS나 블로그를 통한 홍보를 하다 보면, 학원과 거리가 꽤 있는 지역에 계신 학부모님들께서도 SNS를 통해서, 거리만 괜찮다면 당장이라도 자녀분 보내고 싶다는 댓글도 주십니다. 이런 경우로 봤을 때는,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제가 하는 일에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력은 고사하고 존재감도 하나도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대 중반에 2년제 졸업하고, 다시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겨서 수능 공부한다고 재수 생활 몇 년 동안 자취방 생활을 했었고, 20대 후반에는 다시 들어간 4년제 대학 생활한다고 또다시 몇 년 동안 자취방 생활했었고, 30대 초중반에는 임용시험 시험 준비와 직장 생활할 당시, 한 평도 안 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또래 친구들은 벌써 결혼하고 괜찮은 직장 생활로 한창 잘 나가고 있었을 때, 저는 냄새나는 자취방, 좁디좁은 고시원 생활에다가, 입고 다니는 것도 후줄근하게 츄리닝 바람으로 다니곤 했던 것 같습니다.


학원 강사 생활할 때는, 고등부 수업까지 하다 보니, 늦은 밤 퇴근이 많았고, 단체 회식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새벽에 퇴근할 때도 있어서, 아침 늦게 일어나고, 대충 계란밥이나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출근하고, 출근 전에는, 하루 수업 준비하면서 지극히 평범한 일상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시원 생활 전에는, 늦깎이 4년제 대학생 생활을 했었는데, 그 당시 물도 잘 안 나오는 자취방에서 새벽에 일어나서 도서관 자리 맡고, 학생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하고, 식당에서 아침밥 먹고 도서관 돌아와서, 공부하다가 수업 들어가고, 과제 나오면 도서관에 가서 관련 도서 찾아 놓고, 어떤 방향으로 과제를 쓸까? 고민하면서 산책하는 등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다시 들어간 4년제 대학에선 동기들과 나이차가 7살 정도 났으니깐, 동기들도 불편해하고 특히 선배들이 더 불편해했던 것 같습니다. 30대 초반에 직장 생활(학원강사)할 때도 사회 초년생인데, 나이가 있으니 주변 사람들도 불편해했습니다. 그리고 그 나이 먹도록 자취방, 고시원에서만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게 평범하고 남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상황들이 있었지만, 저 만의 두 가지의 생활 기준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째는 ‘최선’이었고, 두 번째는 ‘당당함’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서 보고 배운 것들입니다. 그리고 두 분 다, 배운 것도 부족하시고, 내세울 만한 재산도 가지고 있지 않으셨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남들 보기에 부끄러운 행동은 하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늘 당당하셨고 유쾌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었나 봅니다.


군 제대하고 결혼 전까지 거의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고 싶은 꿈을 좇아 다시 공부도 해 봤지만,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고 방황도 했습니다. 제가 제 생활을 그냥 평범하다고 말했지만, 누가 본다면, ‘그 나이 먹도록, 아직 그렇게 궁상맞게 사나?’ 하고 속으로 흉을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아무리 저를 흉본다고 하더라도, 저는 당당하게 살았습니다. 제 주변에 보이는 것들이, 허름하고 보잘것 없이 보이더라도, 저 스스로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서 몸가짐이나 마음가짐을 바로 하려고 했습니다. 제 기준에 맞지 않은 행동들은 스스로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오히려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아무렇지도 않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최선’과 ‘당당함’이라는 키워드를 가슴에 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일상들도 하루하루 보낸다면, 또다시 20년 뒤. 미래를 살아내는 또 다른 힘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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