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 小滿

by 한봄일춘


덥다가 춥다,

비가 왔다 바람이 불었다,
고르지 않은 날이 수일째


찬 아침 기온에 혼이 난 엄마,

병환이 중해졌다는 동생의 연락


'보리누름에 선늙은이 얼어 죽는다'라고
놀란 마음에 찾아든 고향집


두세 번은 더 입을 수 있다며 한사코

헤진 런닝구를 입고,

거칠게 씨근벌떡거리며

어깻숨을 내쉬는 엄마를 마주하니
벌컥 이 봄이 속상하다

거짓 속내 한껏 뱉어낸 끝,
틈으로 진초록빛 햇살이 든다

눈을 지그시 감고 온몸 웅크리고
볕뉘에 두 손을 쬐는 엄마,
갓난아이 같다

각중에
해껏 쬐길 간절히 바라보건만

저 시든 해는 어찌 이리 짧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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