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by 은유
‘Why?’
요즘 글을 쓰면서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에 내가 자주 던지는 말이다. 자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 단어의 정확한 뜻은 모른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정확한 뜻을 찾아본 적도 없다. 사실 굳이 찾아볼 필요가 없었다. 이 단어의 쓰임에 대해 일상생활 중에 너무나 자주 마주했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으니.
어린 시절, 난 입이 쟀다. 새알 꼽재기 만한 것도 궁금해 "왜?"를 입에 달고 다녔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에 아버지는 구박을 하셨다. 학창 시절에는 "왜?"라는 질문보다 깜지를 채우며 영어 단어를 하나라도 더 외우라는 선생님의 조언이 늘 우선이었다. 군 복무 중에는 상명 하복만이 허용되었다. 사무실에서는 "왜?"보다 "네!"를 요구한다. 생각해 보면, "왜?"라는 말은 금지어의 다름 아니다.
문득 정확한 뜻이 궁금하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보니 '무슨 까닭으로', '어째서', '어떤 사실에 대하여 확인을 요구할 때 쓰는 말'이란다. 숱한 경험을 통해 어림짐작하여 사용했던 단어의 의미는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딱 고만큼이다. 사전적 정의와 실제 생활에서, 대화 장면에서 사용했던 용도의 차이도 거의 없다.
'왜?'라는 질문이 필요 없는 일상의 연속이다. 일상의 삶 가운데 '왜?'라는 말은 딱히 필요 없다. '왜?'보다는 '네!'라는 대답이 더 선호된다. 하지만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왜'라는 단어는 이전과 달리 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은유 작가가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고 했던 것처럼 '왜'라고 묻는다. 늘 마주했던 일상에 한 걸음 물러나 '왜?', '여기', '지금'을 묻고 사유하고 또 묻는다.
요즘 한껏 예민해진 시선으로 사물을, 세상을 마주한다. 생각과 감정이, 사고의 전환이 순서 없이 오고 가고 간간히 침묵도 흐른다. 시시때때로 그것들이 오롯이 내게 감겨온다. 'Why' 이 쓸모없는 질문에 삶이 쓸모 있게 되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있다.
안녕, 일상의 중력 / 시배우
사는 이유가 별거 없듯
대수롭지 않은 일상의 반복
문득
"왜"라고 질문하니,
당연한 일상에
하나, 둘 차이가 채워진다.
그 쓸모없는 질문에
삶이,
쓸모 있게 되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