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껄렁한 시세이
내려놓는다는 것.
아이가 셋인 친구는 맞벌이 중이다.
퇴근 후 친구를 기다리는 건 빨아야 할 옷과 개켜야 할 옷 더미였다.
바삐 세탁기를 돌리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비로소 남아있는 개켜야 할 옷 더미에 앉아 지친 모습을 한 친구에게 남편이 한 말이 있다.
'내려놔~'
친구가 전화로 전해준 그 말에 서로 웃고 말았다.
어이없어 서기도 했고, '내려놓다'의 쓰임이 이렇게 화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서였다.
가끔 나는 친구의 에피소드를 떠올린다.
내려놓는다는 건 '마음속에 끝없는 목표와 욕망을 덜어 지금 여기 살아있자.'라는 것이고.
우리가 당장 눈앞에 처리해야 할 사항 앞에서는 내려놓는 게 아닌 '함께하자'가 맞겠다는 것을.
아무데서나 '내려놓기'는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