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님 흩어진 꿈을 모아서>
'저걸 누가 데려다 쓰냐!'
'저걸 어디 갖다 써!'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우리는 어딘가에 쓰이기 위해 살아가는 걸까?
버려진 것들도 어딘가에 쓰였던 것일 텐데_
저도 모르게 쓸데없는 존재가 되어있다.
재활용 앞에서 어느 곳으로 분류되어야 할지 난감한 것들은 쓰레기 봉지 안 깊숙이 감춰 버려진다.
때 빼고 광내 번듯하게 서있으면 인테리어용으로라도 쓰일까 싶어 돈을 들여보지만 그마저도 올드하단다.
올드함과 레트로 사이의 미묘함을 아는가?
촌스러움과 정감 있는 것의 차이는?
내 결핍은 촌스러움과 올드함을 밀어내고 내 충만함은 같은 것을 보고도 정이 가는 레트로로 받아 안는다.
어느 줄에 서야 할지 몰라 서성이는 나를 정의하고 자리 잡아주는 이를 만날 때면 편하다.
그런데 줄 서 있자니 이 줄이 어떤 줄인 지 궁금하다. 앞사람에게 이 줄이 어떤 줄이냐 물으니 모른다고 한다. 뒤돌아 물으니 그도 이곳에 서라고 해서 섰다고 한다.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자리를 이탈해 두리번거리니 큰 소리가 들린다.
'너 자리 어디야?'
'모르는데요..'
길 잃은 아이마냥 서 있는 나와 어이없는 상대의 시선이 마주 선다.
상대의 눈은 번뜩이고 내 눈은 흔들린다.
상대의 눈은 나를 재단한다. 이번엔 어느 줄일까? 아까 선 줄과 다르다.
가끔 그 반듯한 줄과 줄 사이의 빈 공간을 걸어 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걱정과 부러움, 야유가 섞인 시선을 받아내고 제 갈길 가고 싶은 마음을 걷는다. 통제하는 이의 권위 앞을 지나쳐 열을 흐트러뜨리고 싶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분위기 망친다'는 말을 스쳐간다. 영문을 모르는 이들이 두리번거리다 하나 둘 발을 뗀다.
줄이 흐트러지고 결을 만들어간다. 어디에 쓰일지 모르던 이들이 줄지어 있던 유선 노트가 무선 노트로 비워진다. 점 하나를 어디에 찍든 잘못이 아니다. 쓸데없는 것들이 쓸 곳을 찾아 떠도는 발자국이 새겨진다.
무선의 세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