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달린다.
칸칸이 서있는 이들의 모습이 모여든다.
어둠을 달린다.
마주하진 못해도 어둠 속 창에 비친 모습은 마주한다.
눈이 부신다.
눈을 한번 감고 뜬다.
창에 비치던 이들의 모습이 사라진다.
수없이 되풀이된다.
또다시 그들의 모습을 마주하고 외면한다.
갈 곳이 있다.
혹은 갈 곳을 찾는 중일 지도 모르겠다.
가고 싶은 곳을 향한 여정은
오르고 넘고 깎아 만든 길 위에 올라타는 것이다.
그 길에서 만난다.
산을 뚫고,
어딘지 모를 지하를 파고 들어가 만들어진 길과
그 안에 함께하는 이들의 모습을_
반 지 하
지 하 철
에서 마주하는 건 낯선 내 모습과
마냥 행복해 보였던 이들의 침묵일지도_
덜컹임에 익숙해져 손잡이를 잡지 않고 버텨낸 다리와
어스름 빛에 익숙해져 어둠 속을 짚지 않고 걸어가는 걸음
쉬 얻어지는 게 아니지_
저 앞에 터널이다
또다시 창을 통해 만난다_
공허한 눈빛들이 창에 모여든다_
터널을 나왔다
공허한 눈빛들이 흩어진 자리에
고요한 빛이 창을 뚫고 들어와 앉는다.
그렇게 우리는 어디론가 가는 중이다.
혼자인 줄 알았으나
함께인 채로
알지 못한 채로_
<5월 서울로 향하던 지하철 안에서의 먼지같은 사유_>
by ㅂ ㅏ ㄹ ㅐ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