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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Nov 03. 2022

조망이 오래되면 관망이 되더라_


바퀴가 달린 것들을 대체적으로 무서워한다.

내 의지와 달리 발아래 다른 도구로 움직이는 것은

빠르기는 했지만 그 속도에 맞게 내 마음도 따라 움직이는 모르겠어 서다.


자전거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여전히 흔들리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걸음보다는 빠르게 이동했다.

사람들이 보였다. 속도를 줄였다.

속도를 줄이니 비틀거린다.

자전거에서 내려 핸들을 잡고 걸어 지나갔다.

사람들을 지나고서야 다시 불안정한 라이딩을 시작했다.



자동차

운전을 일주일에 한 번 한다.

도서관에 갈 때다. 왕복 20분.

운전면허 딴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왕초보다.

안정감을 느끼는 속도는 50킬로 이하.

교차로, 4차선 이하에선 멘붕, 초록불이 노랑 불로 바뀌면 정수리가 찌릿하다. 언젠가 이 순간을 올챙이 적이라 말하며 차창에 팔꿈치를 얹고 바람을 느끼며 한 손 운전을 하리라 상상해 보지만 그 시간이 쉬 오지 않는다.

이 말은 내가 그 시간으로 쉬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중력

무중력을 꿈꾼다 여겼으나,

중력을 잃고 다리가 지면에 닿지 않아 공포를 느꼈다.

내가 느낀 무중력은 발을 지면에 붙이고 상상만 무중력으로 띄워 올리는 것이었다.

그 안전함 안에서 무중력을 꿈꾼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꿈만 꾸며 살 거냐며 중력 세상이 말을 걸어왔다.

안전해 보였던 지면이 쿵 울리고서야 쓰러진 것들을 본다.

쓰러진 것들을 보니 내가 타고 있던 자전거와 자동차가 생각났다.

부딪치지 않으려 피하고, 무서워 돌아갔던 길은 언제고 만나야 했던 순간이었음을.



바라던 것은 저 앞에 있건만 멀리서 조망했다.

가야 할 곳이 저곳이건만 갖은 이유로 돌아섰다.

넘어지고 다치면서 얻게 되는 것은 흉터뿐만이 아니라 경험이기도 하다.

부딪혀 찌그러진 자전거, 자동차를 살피면서 사고의 처리 과정을 익히는 것보다 운전자들의 놀란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게 먼저였다.

서로 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태도가 또 다른 상처를 만들었다.


조망이 길어지면 관망이 된다.

좋은 경치는 직접 가서 보는 것만 하지 못하다.

조망권이 좋다는 건 내다보기 좋은 것이고,

조망권이 좋지 않다는 건 밖으로 나가 내다보기 좋은 것이었다.


관망이 길어지면 방관이 되려나_



by. ㅂ ㅏ ㄹ ㅐ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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