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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Nov 06. 2022

시간을 떼어 놓았더니 혼자가 되었습니다.

시 간

붙어있던 글자를 떼어놓고

붙어있던 아이를 떼어놓고

붙어있던 너와 나를 떼어놓으니

사이가 생긴다.

사이에는 바람이 통하는 길을 터놓아야 한다더니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때로는 소리 없이

때로는 구슬피

때로는 살랑이며

머무는 법이 없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약속된 기호들을 이탈하면

오해를 불러오고

사이를 밀어내고

외로운 땅에 홀로 선다.

익히지 못한 언어의 품격은

오른쪽 바지 뒷주머니에

서툰 글자들의 방황은

왼쪽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서

털썩 다리를 끌어모아 앉아

지는 해를 본다.

저기 누가 온다.

오른쪽 바지 뒷주머니가 들썩인다.

허리에 힘을 줘 내리누른다.

믿을 거라곤 

말 없는 눈빛뿐이다.

눈빛을 기억해뒀다

왼쪽 바지 뒷주머니에서

서툰 글자나 꺼내 끄적이련다.

그 사이

달이 이기고 해가졌다

이제 일어나 뒷주머니 툭툭 털고

머리 위에 달을 이고 돌아가련다.

들썩이던 주머니 것들이 

어깨 위로 올라앉아

낮게 흥얼거린다.


by ㅂ ㅏㄹ ㅐ ㅁ


<언제 어떤 마음으로 썼나 생각해 보니 쪼개진 시간을 맞추려고 '시 간'을 썼다가 말 없는 눈빛에 당도했네>

맥락도 목적지도 없는 '그냥 걸었어'라고나 할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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