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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Jan 18. 2023

해가 지기 전에_

표현할 길 없는 마음

마음보다 미약한 단어

단어보다 비루한 의지

그럼에도 다시 추구하고 싶은

설명할 수 없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피워 올린 불길을 찾아 들어가는 일


현실에 장작이 줄어들고

이글거리며 불을 지피다

줄어든 장작에 냉큼 식어버린 온기


온기가 가시기 전에

불씨가 꺼지기 전에

장작을 하러 숲으로 가야 한다


해가 짧다

해가 저물기 전에

나무를 하려는데

어느 나무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

생나무를 베어와 불을 지피면

마저 비워내지 못한 나무의 설움이

눈을 매섭게 가로막는다




어린 시절 연탄 불로 옮겨가기 전에 아궁이를 지펴 방을 데우던 기억이 있다. 오빠들과 집 근처 산에 가마니를 들고 올랐다. 쓰러진 나무를 톱으로 베는 오빠들 사이 내 임무는 쓰러진 나무의 기둥을 뽑아내는 일과 갈퀴로 마른 솔잎을 긁어모으는 일이었다.


죽은 나무 기둥은 흙을 움켜쥐지 않고 있어 힘 약한 내게 한방에 뽑혀 나왔다. 마지막 힘을 줘 쥐고 있던 뿌리는 발로 몇 번 흔들면 쉬 뽑혔다. 생을 모두 보내고 떠난 비워진 나무는 무엇보다 활활 타올랐다.


산 듬성 무덤가엔 할미꽃이 가득했다.

그 시절 나는 할머니 무덤가에만 할미꽃이 피는 줄 알았다.

시절마다 제 방식대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내가 표현할 수 없는 것,

손 닿지 않은 이상.

설명할 수 없는 것,

이유 모를 답답함.

이 안에 내가 추구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을 알고 싶다면 해가 지기 전에 산에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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