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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Feb 21. 2023

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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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마음이
몸보다 몸집을 키워
어디든 쏟아야 했던 나는
안전하다 여기는 벗에게
전화를 걸었다.

넘치기 직전 뚜껑을 열어
넘치진 않았으나
튀겨 나온 화의 잔재들이
냄비에 눌어붙었고
냄비 주변으로 피 튀긴 듯
퍼져나간 미움의 조각들이 보였다.

순간 지껄이던 말이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미워하는 마음이
가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한 화가
내 주변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빡빡 냄비를 닦다 보니
냄비에 스크래치
쓱쓱 주변을 닦다 보니
하..
깨끗해졌다.
기존의 묵은 것도 보인다.

"미움이 넘치기 전에 뚜껑을 열어라.
화를 겨냥해
제대로 과녁을 맞혀라."
는 말을 쓰고 싶던 게 아니다.

넘친 순간
전화를 걸 수 있었던 벗이 있다는 것과
눌어붙은 잔재를 닦아내며 마주한
더러움이 깨끗해지는 동안
내가 갖게 된 청소실력이다.

더러운 입을 닦고
더러운 손을 씻고
빛나는 마음으로 걸어가리다.

내 화의 촉은 독을 빼고
선명하게 당신에게로 향하리
명중.

죽이려는 게 아니라 같이 살자는 거다.

불꽃에 소독했으니
걱정 마시오.

운이 좋다면 당신의 촉에도 소독이 되어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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