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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Nov 20. 2023

독후감상문 쓰는 법은 법전에 없다.

Yes24에서 작가가 뽑는 독후감 이벤트가 있었다.

당첨되면 작가가 편지를 써준다.


당첨이다.

초등학교 5학년 처음 독후감으로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독후감 대회를 나가는 기회들이 되어주었다.

나는 내가 왜 뽑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비틀기.

나는 비틀었다. 내가 이곳에서 느껴야 할 정형화된 감상이 있을 터였다. 그건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그 시절 나는 바른 희망적인 소리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헛소리.

이상적인 그런 메시지 따위는 그럴만한 사람에게나 미치는 영향일 것이라 여겼다. 그러니 나는 그들의 메시지에 콧방귀를 뀌는 감상을 마음에 품었다. 하지만 결코 심사위원은 그런 내 꼬인 심보를 어여삐 여기진 않을 터였다. 어설픈 중간 사이에서의 타협을 썼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내 어설픈 타협 지점이 건든 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 불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허용된 이기주의.

시간이 흘러 나는 조금 더 많은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작가의 의도를 읽으려는 독서의 의도는 여전히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철저히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자>가 된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꽤 좋아한다.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평화적 이기주의다.




<독후감 당첨 >




독후감.

많은 독후감 대회가 있다.

문득 내가 독후감 대회를 연다면 어떤 감상을 원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지만 아주 간단한 결론이 뒤따른다.

책을 자기화시켜 녹인 이의 글이라면 그 감상문은 그저 책 하나에 대한 소감이 아니라 또 하나의 책이 되어있지 않을까?



틀.

틀을 가지고 싶지 않다.

이 말은 틀을 아주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테다.

또한 그 틀을 알아가고 있다는 것.



이희영 작가의 편지 




독후감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잠시 빌리는 타인의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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