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선생님~
맨날 이렇게 얻어먹기 좀 미안해요..
다음엔 제가 사게 해 주세요~
나도 예전에
나보다 더 버는 선생님한테
많이 얻어먹었거든~
그분이 그러더라고...
친절을 받으면
친절을 전하면
되는 거라고.
그리고 얻어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둬~
나도 지금 갚는 중이야^^
새해엔 새배
새해엔 친절
절해야지~
친 절
그럴수록 불쌍한 이웃을 보면 이런 똑똑하고,
지당한 이론 대신 반사작용처럼
우선 자비심 먼저 발동하고 보는
덜 똑똑한 사람의 소박한 인간성이
겨울철의 뜨끈한 구들목이 그리워진다.
나이를 먹고 세상인심 따라 영악하게 살다 보니
이런 소박한 인간성은 말짱하게 닳아 없어진 지 오래다.
문득 생각하니 잃어버린 청춘보다 더 아깝고 서글프다.
자신이 무참하게 헐벗은 것처럼 느껴진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31p>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