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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Jan 03. 2024

나도 지금 갚는 중이야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선생님~
맨날 이렇게 얻어먹기 좀 미안해요..
 다음엔 제가 사게 해 주세요~





결혼 전, 직장에서 나보다 오래 근무한 분이다.

그녀는 나보다 경력도 나이도 많았다.

간혹 이어지는 식사 자리 나 술자리에서 그녀는 늘 더 많은 돈을 지불했다.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건넨 말이었다.


그녀는 입을 가리고는 반달눈까지 만들며 웃어댔다.





 나도 예전에
나보다 더 버는 선생님한테
많이 얻어먹었거든~

그분이 그러더라고...
친절을 받으면
친절을 전하면
되는 거라고.

그리고 얻어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둬~

나도 지금 갚는 중이야^^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서 알지 못한 이들의 친절을 이어받아 따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친절한 사람과의 소통은 세상을 따듯하게 만든다. 

나 역시 그들의 친절에 이어 다음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다. 

먹튀(먹고 튀어버린) 한 꼴인 지금 나는 어디에도 갚지 못했다.


새해엔 새배

새해엔 친절

절해야지~

친 절


책 필사하기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사람들이 갈수록  더 똑똑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불쌍한 이웃을 보면 이런 똑똑하고, 

지당한 이론 대신 반사작용처럼 

우선 자비심 먼저 발동하고 보는 

덜 똑똑한 사람의 소박한 인간성이 

겨울철의 뜨끈한 구들목이 그리워진다. 


나이를 먹고 세상인심 따라 영악하게 살다 보니 

이런 소박한 인간성은 말짱하게 닳아 없어진 지 오래다. 


문득 생각하니 잃어버린 청춘보다 더 아깝고 서글프다.

자신이 무참하게 헐벗은 것처럼 느껴진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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