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좋아하고
어딘지 모르게 텅 비어 보이는 사람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면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나
좋은 사람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텅 빈 시간을 지나며
자신에게 생긴 흉이 있기 때문입니다.
햇살이 퍼질 대로 퍼진 날
햇살 자락 아래
책을 읽고 있는 이가
아름다워 보였다면
당신은 근사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근사한 사람이나
목 늘어난 티셔츠에
구김 간 바지
때타버린 운동화가
아직 멋쩍은 것뿐입니다.
당신이 그 모습 그대로
어딘가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당신은
걸작일 것입니다.
책이 말려들어가는
소리를 알고 계실까요?
책 피부가 건조하면
어떤 소리를 내며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지는요?
그 소리들로 채워진
공간은 음악이 따로 필요치 않습니다.
먼지마저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