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막쓰다미리 Jul 01. 2024

양미리답다


‘커피프린스 1호점’ 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여름이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드라마라서 가끔 여름밤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드라마를 다시 본다. 이 드라마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은찬적이다와 한결적이다’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정말 은찬적이다. 은찬적이란 무엇인가? 담을 수 있는 무게 부피를 초과해 들거나 먹어 치울 때, 혹은 반경 2미터 이내에 있는 어떤 사물과 부딪혀 부수거나, 때론 상처를 입고도 무감각할 때 쓰이는 말로써 주고 “은찬적이다”, “은찬답다”로 쓰임. “


”한결적이다는 어때요? 한결적이다. 합리적인 척하면서 교묘하게 사람 부려먹고 사람들 앞에서 버럭버럭 소리나 지르는 안하무인한테 쓰는 말로 한결틱하다. 한결같다고 쓰임“


이 장면을 봤을 때 20대였던 나도 ”미리스럽다 “라는 정의를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나다움을 더 빨리 찾고 싶었고, 미리답다는 말을 멋지게 설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마흔 살이 넘은 지금 나는 주로 ”딱 양미리답다 “, ”양미리가 했고만 “, ”안 봐도 양미리네 “라는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어떨 때는 긍정적으로, 어떨 때는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주로 부정적일 때가 더 많.............. 다는 걸 인정한다.


신입일 때 복사기며 프린터기며 내가 손대기만 하면 고장이 났다. 내 컴퓨터는 늘 먹통이 됐고, 전화기도 몇 번을 바꿨다. 휴가를 다녀온 날 아침이었는데 과장님께서 프린터기를 만지시며 ”아~ 양미리 때문에 프린터기 고장 났어. 양미리가 했고만 “이라고 하셨다. ”저 어제 휴가였어요~~“라고 했는데도 ”양미리가 아니면 프린터기가 이럴 리가 없지 “라고 하시는데 어찌나 억울하던지.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3살, 7살 꼬마들이 있는데도 뭐만 고장 나면 남편은 ”양미리! 이거 또 네가 만졌지? 안 봐도 양미리네 “라고 말한다. 내가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남편은 믿어주지 않고, 이제는 중학생이 된 딸도 ”엄마~ 내 거 엄마가 만졌어? 아 진짜~ 내 거 만지지 말라고 “ 한다.


그래서 지금 40대의 양미리란,

“손에 닿는 건 떨어뜨리거나 깨뜨리거나 부러트리고, 머리는 꽃밭이라 주로 까먹고 잊어먹고 빼먹으며 재밌겠다 싶으면 바로 시도하지만 재미없다 싶으면 바로 발 빼는 냄비형 인간으로서 엄마와 친구와 남편과 회사 동료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며 자라다가 이제는 두 딸의 손에 자라고 있는 40대 철딱서니 없는 사람에게 쓰이는 말로써 ‘딱 양미리답다. 안 봐도 양미리네. 양미리답군으로 쓰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정의가 딱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너무나 나라서 부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 나의 인생은 끝나지 않았으니 조금 더 멋지고 있어 보이는 단어와 문장들로 바꾸기에 시간은 충분하다. 다만, 바뀔까 싶은 의심이 들지만………그래도 이대로 엉망진창인 채 끝날 수는 없다. 엉망진창이지만 의외로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 생각해서 쓰기 시작한 이 글의 마지막 장에는 “양미리답다”의 정의를 다시 내리며 마무리 지어야겠다. 

이전 01화 나의 엉망진창 인생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