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은 끝났는데, 왜 아직도 당신은...
어떤 회사들은 직원과 임원의 명절 선물을 다르게 주기도 한다. 때문에 명절 때마다 직원들 사이에 ‘실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들인데 별로 하는 일도 없는 임원들만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언젠가 한 회사는 임원들만 모인 신년회 자리에서 전년도 매출 목표 달성을 축하하며 대표가 금일봉을 돌린 적이 있다. 정작 직원들에게는 대형 프로젝트를 따 온 영업사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성과금이나 작은 선물도 나오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들 사이에도 임원들에게만 금일봉이 전달됐다는 소식이 퍼졌지만, 경영진도, 직원들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회사가 그렇지 뭐. 다들 그런 분위기였다고 한다.
회사의 이런 결정은 일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회사는 오랫동안 헌신하고, 직원들을 이끈 리더들을 대우한다는 의미다. 공간 컨설팅을 하다 보면, 직원들의 공간이 부족해 임원실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우 곤혹스러워 하는 담당자들을 종종 보게 된다. 임원들의 직접적인 반발도 그렇지만, ‘위로 올라가면 너희도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어’라는 회사의 메시지가 희석되는 것 또한 부담이라고 한다.
직원들은 회사가 다른 직원들을 대하는 것을 보고 이 회사가 나를 어떻게 가늠할지 깨닫게 된다. 이 효과를 노리고 회사는 임원들을 특별 대우한다. 단순히 그들이 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임원들을 대우하느라 직원들에 대한 대우는 소홀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여러 명에게 자잘한 보상을 나누는 것보다 소수 몇 명에게 큰 보상을 안겨주는 게 체감도 커 보이고, 총 비용도 적게 드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근데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실상 멸종된 지금, 임원들을 대우한다고 해서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이 회사 임원이 되어야지’라고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내가 겪은 임원들 중에 수시로 친한, 혹은 본인이 관리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을 한 두 명씩 불러 술자리를 갖는 분이 있었다. 그 분이 자주 하던 단골 멘트가 있다. 넌 나만 믿고 따라와라. 그럼 임원 달 수 있다. 물론, 그 말에 감동 받거나, ‘아 이제 내 길이 트였구나’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직원들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임원 타령은 그칠 줄 몰랐다. 술자리 뿐만 아니라, 퇴사 희망자 면담 자리에서도 최연소 임원, 최초 여성 임원 등을 언급하며 먼 훗날 올지 안 올지도 모를 당근을 끌어다가 설득하기 일쑤였다. 당연히 그 설득에 결정을 돌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본인이 직접 별을 따 본 임원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놀라운 건 본인도 아직 별을 따기 전인데 자신의 라인을 자랑하며 직원들의 충성을 요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발언이 자주 들려오는 조직은 젊은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우선 애초 이 회사에 뼈를 묻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을 리 없고, 젊은 세대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정치질, 눈치싸움이 팽배한 조직이라는 인식만 심어주기 십상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변하고, 후배들의 인식과 마음이 변한 것조차 모르는 고리타분한 사람 취급 받는 건 덤이다.
먼 미래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이끄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보다 계속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커리어를 쌓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미 임원 자리는 자신과 상관 없는 일이고, 임원이라는 타이틀 자체를 욕심내는 사람도 요즘에는 보기 힘들어졌다. 심지어 곳곳에서 회사에 기대지 말고 독자적인 능력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전문가들의 미래 전망이 들려오는 시대다. 젊은 세대들은 살아 남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시대의 변화 흐름을 공부하고 있을 때, 시대착오적인 가치관만 주입시키려는 선배, 조직은 이들로 하여금 떠날 결심을 앞당기게 할 뿐이다.
회사가 직원들이 회사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전략적 측면 이전에 어쩌면 많은 구성원들의 밥줄을 쥔 조직의 의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는 조직은 달라야 한다. 직원들, 후배들의 눈치를 보며 듣고 싶은 말만 해주라는 뜻이 아니다. 그들이 들을 수 있는 말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이, 조직이 일방적인 가치관, 메시지를 직원에게 주입하던 시기는 지났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의 생각을 읽고 같이 호흡하며 발 맞춰 가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Z세대와 공존을 위해 기성세대들이 가장 먼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