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인간관계론
브런치를 시작하고 분명 변화가 생겼다. 일시적일 것이라고 여겼는데 지난 한 달 동안 일상 루틴이 무너졌고 이번 달도 시작이 좋지 않았다. 지금 이 상태로 좋은가 고민을 하는데만 보름이 지난 것 같다. 목적은 분명했으나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대충 결론을 내렸다. 현재 내 브런치의 구독자는 100도 채우지 못했는데 대체 다른 분들은 어떻게 그 많은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대댓글을 달아주시는지 정말 그 에너지가 놀라울 뿐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일단 나의 독서량이 반으로 줄었다. 줄었다고 보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브런치 글을 보느라 계획한 책들을 못 보고 있다. 사실 계획한 걸로 치면 산더미라는 표현이 맞고 기본적으로 탄탄한 독서력과 사고력이 받쳐주는 글을 좋은 글이라고 여기는 나는 내가 한참 부족함을 알기에. 분명 조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브런치 데이를 이틀에서 하루인 매주 목요일로 줄였고 '모든 글' 말고 '끌리는 글' 위주로 읽기로 결심했다. 물론 간간이 시간이 나고 마음이 달라지는 날에는 또 즉흥적으로 움직일 수도.
두 번째로, 댓글을 다는 건 나에게는 정말 신중한 일이다. 글을 꼼꼼하게 본다고 해도 심도 있고 긴 글을 읽을 때마다 놓치는 부분이 있다. 정말 좋아서 신나게 본 글인데 그럴 때마다 댓글에서 생뚱맞은 실수를 하곤 한다. 얼마나 실망스러우실까! 대댓글은 더더욱 어색하다. 마치 복붙 하듯 비슷한 말을 늘어놓아야 할 경우도 있다. 아.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내 대댓글을 보는 사람도 그다지 울림이 없지 않을까. 해서 조금 다르게 대댓글을 하고자 하면 머뭇거리는 시간만 한 바가지다. 앞으로는 1. 질문에는 답하고 2. 예의성 대댓글은 생략하고 3. 대신 그 시간에 작가님 글에 댓글을 하나 더 달기로 마음먹었다. 혹, 다른 댓글에는 대댓글이 있는데 왜 내 댓글에는 없냐며 서운해 마시기를❤️ 또한 종종 댓글 고정 기능을 활용해서 중복되는 대댓글은 하나의 댓글에 적어볼 예정이다.
사실, 이런 소재로 내가 글을 쓰게 될지는 몰랐으나 오늘 마침 이웃 작가님 글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글을 본 것이 용기가 되었다. 그냥 조용히 계획한 바를 실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이렇게 밝히는 이유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못 보면 그리워질 이웃분들이 있어서다. 충분히 내 마음을 알리고 싶었다. 특히 이웃 작가님들 중에서 '인간적으로' 한없이 마음이 가고 문체도 마음에 드는데 글소제가 관심 외 분야 거나 내 식견이 부족해 글을 소화해 내지 못하는 경우 등. 때때로 해명하고 싶은 경우도 있었다. 더 쉽게 말하면 글은 놓쳐도 작가님에게 라이킷을 누르고 싶은 마음이랄까? 고백 같아서 조금 쑥스럽다.
나는 과거 몇 차례 다음, 네이버 카페지기를 한 적이 있다. 득실이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다수의 사람들과 모두 잘 지내려 하는 건 비생산적이고 거의 불가능함을 경험했다. 그중 꽤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고 10년 20년 가까이 잘 지내고 있으나 또 적지 않은 '불편한 사람'도 생겼다. 안 보면 그만이어도 당시 함께 부대낄 땐 꽤나 소모적이고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브런치에서도 그런 사람을 만났다. 서로 부대낄 것까지는 없었으나. 대체로 훅 들어왔다가 쑥 사라지는 경우인데. 나는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든다. 나는 그저 이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아직 애정이 있어서 서운하기도 하다. 어쩌면 오해인가 싶기도 해서 문도 두드려봤으나 처음과 같은 따뜻함은 이미 사라졌다. 쓸데없이 자기 검열을 해 봤으나 그냥 흘러 보내는 것이 맞겠다 싶다. 그럴 수도 있지. 이 참에 또 한 번 느낀다. 강한 척했으나 여전히 나는 미움받는 것에 용감하지 못하다.
한편 나는 대체로 시간을 두고 얼마간 지켜본 후에 다른 작가님들의 브런치를 구독한다. 내 마음속에 훅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나에게 구독은 일종의 약속이기 때문에 신중하기로 한다. 서로를 위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나의 브런치를 구독하는 분들도 그래줬으면 감사할 것 같다. 글에서 몇 번 강조했지만 나는 천천히 두고 오래 보는 관계가 좋다. 어느 정도 믿음이 쌓이면 서로 오해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나는 과거 써놓은 글을 기준으로 글을 구독하기보다는 현재 쓰고있는 글을 구독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그 분이 과거 어떤 활동을 얼마나 했는지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고자 한다. 나름 나의 기준을 정리해봤다.
사실 나는 관심받고 싶지만 주목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즉 양가적 감정이 있다. 그런데 두 마음 모두 맞다. 나는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나누고 싶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관심받는 것은 힘들어한다. 아마도 경험에서 오는 두려움이리라. 오늘 '모난 돌'이라는 시에서도 밝혔지만. 내게는 반복되는 인간관계 패턴이 하나 있다. '모난 돌'로 굴러와 얼떨결에 '굴러온 돌'이 되는 형국이 되는 경우다. 다년간의 반복적인 페이스다.
예를 들어 새로운 그룹에 들어갔다고 치자. 그들은 이미 친분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적극적이고 열정적이 될 경우 꼭 한 두 명씩 나에게 급호감을 표하며 다가왔다. 만남에서 나는 개성을 구기지 않는 편인데 특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딱 못하는 타입이다. 자기 주관 뚜렷하고 관계보다는 '활동'에 성실하고 열심인 그런 캐릭터라고 보는 게 맞겠다. 또 다른 특성 하나는 나는 약자에 한없이 약하고 강자에는 좀 들이박는 경향이 있음을 고백한다. 물론 나이 드니 그것도 한 풀 꺾였지만 말이다. 내가 이렇게 굽히지 않고 살아도 되는 환경에 때로는 감사한 마음도 든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30대 이후부터는 유의미한 활동 없는 단순 친목 커뮤니티는 참여하지 않는다. 나의 한정된 에너지 때문에 나는 모두에게 다정한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대체로 모임에서 누군가 나를 칭찬하기 시작하면 나머지 구성원 중 한 두 사람은 그런 나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아. 그때부터 나는 그 불편함을 견뎌야 한다. 그래서 나는 칭찬이 불편할 때가 참 많다. 내세울 것도 없는 난데, 나름 낮추고 산다고 하다가도 뭐든 열정을 부리면 잘난척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보다. 그럴 수도 있지만. 이젠 그런 상황들은 피하고 싶다.
글이 너무 길어졌다. 나는 앞으로 나만의 인간관계론을 브런치에도 적용하게 될 것 같다. 나는 브런치에서 치유의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다. 나를 치유하고 누군가에게 치유되는 그런 글. 그런 이유로 언제든 목적에 부합하는 글과 댓글은 환영할 것 같다. 그간 생각만 하고 쓰지 못했던 내용을 오늘은 정리해 봤다. 일단 마음을 먹었으니 실천을 해야지. 수익형 글쓰기를 놓고 있어서 큰일이니 급한 불부터 꺼야겠다. 조금은 신경 쓰이지만 기왕 쓴 글 발행을 꾹 눌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