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에서 3개월 동안 12회의 초등학교 1, 2학년 과학 그림책 수업을 제안받았다.
사실 3, 4학년이상이라면 과학에 대한 지식이 더 깊게 필요할 것 같아 정중하게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둘째도 2학년이라 그 정도면 수업의 이해도를 잘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수락하게 되었다.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는 아이에게 종종 말하곤 한다. "엄마가 풀면 너도 풀 수 있어!" 그만큼 나는 전형적인 문과 아줌마라 과학에 대해선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그림책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수업은 총 12회, 한 시간씩 진행되며, 학생수는 10명. 재료비 예산은 총 20만 원.
첫 만남에서 고른 책은 <비빔밥 꽃 피었다>라는 그림책이다.
과학적 활동으로는 삼투압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오이피클을 만들어 보는 걸로 결정했는데, 과학과 예술이 융합된 수업이 트렌드인 만큼, 딱 맞는 완전체 수업이 될 거 같았다!
우리 식탁에서 흔히 만나는 채소, 그 속에 숨은 꽃 이야기
주황색 당근, 보랏빛 가지, 뽀얀 무, 하늘하늘 초록빛 상추의 꽃은 어떤 색깔과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요? 작은 씨앗으로 시작해 땅속에서 싹을 틔우고 고운 꽃을 피워 내는 채소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 식탁에서 흔히 만나는 채소들의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꽃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채소 하나하나에 숨은 놀라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친숙한 채소들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출처 : 예스 24-
그림책 제목 맞추기 퀴즈로 시작을 하고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채소의 꽃들을 관찰해 본다. 아이들은 채소의 꽃을 찾으며 우리가 평소에 먹는 채소들이 단지 열매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꽃들도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신기해하며 함께 본 시간이었다.
이제 과학 속으로 들어가서,
"김장할 때 커다란 배추를 소금물에 담그면 몇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배추는 어떻게 될까?"
"작아져요, 쭈굴 해졌어요!"
“맞아! 바로 그게 삼투압 현상이야. 삼투압은 쉽게 말하면, 물이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거야. 농도는 소금물이 일반 물보다 농도가 높고, 설탕물도 일반 물보다 농도가 높아. 더 짜거나 더 단 소금물과 설탕물은 농도가 더욱 높아. 소금물에 배추를 담그면 배추 안의 물이 빠져나가면서 배추가 작아진다는 원리야. 이 과정에서 배추는 숨이 죽은 듯 쭈글쭈글해지기도 해.” (설명이 길어지면 말이 꼬이게 되므로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하려고 애는 쓰는데,,, 점점 길어지네~)
오늘은 이런 삼투압의 원리를 이용해서 오이피클을 만들어 본다는 말에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른다.
아이들과 하는 수업에서는 무조건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오이는 빵 칼을 이용해서 자르도록 했다. 그리고 오이를 담을 유리병은 내가 미리 소독을 해서 준비했고, 내 욕심으로는 도서관에서 직접 피클 물을 끓여서 바로 병에 부어주고 싶었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집에서 팔팔 끓여 보온병에 담아 왔다.(정성 가득 수업 준비)
"우리가 만든 오이 피클은 1주일이 지나면 오이의 크기가 어떻게 될까?"
"작아져요."
"왜 작아질까?"
"삼투압현상 때문에요~~"
아이들은 재미있게 이해하며 과학적 원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딱딱 맞춰 대답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도 귀엽고, 수업에 집중해 줘서 고마운 마음이 가득이다.
그리고 내가 과학 그림책 수업을 계획하면서 중요시 여긴 건
아이들이 그날 배운 과학적 내용을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물의 진하기 또는농도와 같은 과학 어휘를 사용하기도 하고, 배추가 소금에 졀여저 작아졌어요~. 오이피클은 삼투압현상으로 만들어졌어요~ 등 어설프지만 완벽하게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도서관에서 그림책 보면서 꼼지락거렸던 시간을 통해 친구들이 실생활에서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과학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고,과학이라는 것이 어렵고 낯선 것이 아니라 아하!!라는 느낌으로 친근하게 다가오길 바라며 또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