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로 가는 길, 알프스 산맥을 넘다
2019년 6월 14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 도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알프스 산맥, 바이커(Biker)들의 성지"
오스트리아의 최고봉인 글로스글로크너(해발 3,798m)의 하이 알파인 로드을 설명하는 문구들이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는 할슈타트에서 이탈리아 돌로미티 국립공원으로 바로 가려했다. 하지만 할슈타트에 도착해 다음 일정을 계획하면서 돌로미티까지 바로가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섰다. 차로 5시간이나 운전을 해야될 뿐더러 알프스 산맥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운전의 피로도가 더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둘의 중간 여행지를 검색하다 발견한 곳이 바로 오스트리아의 글로스글로크너 였다.
글로스글로크너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높은 산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긴 빙하 파스테르체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특히 '알파인 로드'라 불리는 알프스 산맥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가 유명하다. 수많은 코너링과 그 옆에 만년설을 품고 있는 알프스 산맥을 볼 수 있어 매년 전 세계에서 많은 바이커들이 이 코스를 즐기러 이곳에 온다고 한다. 알파인 로드는 매년 5월에서 10월 사이, 그 중에서도 날씨가 좋은 날에만 도로를 개방하기 때문에 이곳을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고 돌아가는 여행객들도 많다. 그야말로 날씨운과 여행을 하는 시기까지 잘 맞아야 이곳의 드라이브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6월 초 해가 비치는 날씨 좋은 날 이곳을 통과할 수 있었다. 수많은 커브와 오르막, 내리막의 반복으로 로엥이는 시동을 꺼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로엥이에게 저단기어를 사용한 것도 리스한 이후 처음이었다. (그래도 로엥이는 배로 바다도 건너보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산악도로도 달려보았으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드라이브 코스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카이저-프란츠-요제프스-회에(Kaiser-Franz-Josefs_Hohe) 전망대다. 눈 앞에 펼쳐지는 그로스글로크너의 모습과 그 아래를 흘렀던 세계 최대 길이의 빙하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산 깊숙한 곳에는 아직도 빙하가 얼어있고, 전망대 가까이 빙하가 녹으며 물이 흐른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알파인 로드를 넘어 오스트리아 리엔츠 지역의 작은 마을 슐라이텐에 도착했다. 유럽에서 와서 빡센 이탈리아의 코너링부터, 알프스 산맥의 산악도로까지 경험하고 있으니 유럽 자동차여행에서 가장 차곡차곡 쌓이는 건 나의 드라이빙 실력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