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왜 중요할까요?

by 바라움

요즘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쓰고 듣습니다.
자존감이란 자아 존중감, 즉 나를 존중하는 마음을 의미하는데, 한 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단어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감이나 자존심과 혼동되어 쓰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자존감과 자존심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십니다.

하지만 자존심이 높은 것과 자존감이 높은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A씨는 “멘탈이 강한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회사에서 억울한 일을 겪으면 바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친구들이 무례하게 굴면 단호하게 선을 그을 줄도 알았습니다.
주변에서 보기에는 기가 세고, 자신감도 높아 보였죠.

하지만 그 강함 아래에는 누구보다 깊은 흔들림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회의 중 상사의 짧은 한마디에도 몇 날 며칠을 마음 졸였고,
친구에게 듣는 무심한 농담에도 “내가 뭘 잘못했나?”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밖에서는 굳건해 보였지만, 혼자 있는 밤에는 '나, 사실 부족한 사람이 아닐까?', '사람들이 날 싫어하는 것 같아.'같은 생각들로 마음이 금방 무거워졌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받을 것 같으면 본능적으로 자존심을 세웠습니다.

조금이라도 낮아 보이는 모습을 보이면 자신이 무너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완벽주의로 무장한 자존심은 방패처럼 단단해 보였지만, 그 방패 뒤의 자존감은 쉽게 흔들렸습니다.

그녀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강한 척하는 이유는… 사실 약한 제 모습을 들킬까 봐 너무 무섭기 때문이에요.”

그 말 속에는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가 정확히 담겨 있었습니다.
자존심은 나를 크게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자존감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이죠.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 안의 자존감은 더 작고 아프게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취약함을 인정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작은 실수에도 금방 마음이 무너지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존재감 전체가 흔들립니다.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는 만큼, 타인을 대하는 마음에도 자연스러운 여유가 사라집니다.

반대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과도하게 방어할 필요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기 때문에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존중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결국 자존감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보다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잊을 때마다, 타인의 말과 시선에 너무 많은 권력을 넘겨주곤 합니다.




20대 여성 환자 A씨는 늘 밝게 웃으며 진료실로 들어서십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표정이 흐려지십니다.
A씨는 “저는 왜 이렇게 남의 말에 휘둘릴까요? 왜 이렇게 멘탈이 약할까요?”라고 자책하듯 말씀하셨습니다.
회사에서 듣는 작은 피드백에도 하루 종일 가슴이 조여 들고, 친구의 무심한 한마디가 며칠씩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제가 이상한가요?”라며 자신을 끝없이 타박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작은 말에도 신경이 계속 쓰이는데,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해서 끊임 없이 질책을 하면 얼마나 힘드실까요?


A씨와 함께 몇 달을 상담하며, 우리는 작은 변화들을 시도했습니다.
실수했을 때 바로 “내가 왜 이래”라고 자책하던 습관을,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해. 그리고 나도 인간이야. 실수할 수 있어”라고 받아들이는 연습부터 시작했습니다.
칭찬을 들었을 때는 “아니에요. 운이 좋았어요”라고 넘기지 않고 “고맙습니다. 제가 정말 노력했어요”라고 말해보는 연습도 했습니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문장 하나가, 사람의 내면에서 얼마나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지 아시는지요.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의 관계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할 때, 불안과 흔들림은 의외로 빠르게 잦아듭니다.

자존감은 ‘특정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나를 존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진료실에서 자존감을 가장 중요한 주제로 다루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약해질 수 있고,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지켜 세우는 힘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천천히 자라납니다.
실수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의 모습도 너무 미워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

그리고 따뜻하고 다정하게 나를 대하는 것.
그 작은 시작이 자존감을 키우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