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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바른 Nov 08. 2018

오늘의 사물 : 아니 뭘 이렇게나 많이



 선물 받았다. 칫솔꽂이, 칫솔, 공책, 수첩, 그리고 호박즙, 모두 오늘 받은 것들이다.


 호박즙을 먼저 소개하자면,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 미미가 주신 거다. 미미의 어머니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신 호박즙으로, 일전에 먹어보니 엄청 맛있어 감탄한 적 있다. 그 후 미미는 어머니로부터 호박즙이 올 때면 나에게 나눠주시곤 했다. 이번에도 호박즙을 보내주셨다며, 2주는 족히 먹을 양을 쇼핑백에 담아주셨다. 두둑한 쇼핑백을 받아들고 "미미 드실 거 없는 거 아니세요?!"라고 이야기하니 "아뇨"라며 웃어보이는 마음은 더 두둑하다. 이 호박즙을 먹고 나니 다른 호박즙들은 성에도 안 차 큰일이다.

 

 11월 한 달 동안 소행붙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소행붙은 소소한 행복 붙이기의 줄임말로,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는 진저가 제안해주신 명칭이다.


 소확행이 각자의 작고 확실한 행복에 초점을 맞춘다면, 소행붙은 그걸 넘어서서 나의 작은 행복을 어디엔가 붙이는 프로젝트다. 나를 포함하여 총 네 명이서 함께 하고 있다.


 우리의 아이템은 각각 다르다. 나는 양말, 진저는 칫솔, 엠마는 노트, 샐리는 귀걸이. 그렇게 하루하루 각자의 활동반경 안에 자그마한 행복을 붙여놓고 튄다. 사라진다.


 오늘 이들과 잠시 만날 일이 있어 어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진저와 엠마가 그들의 아이템을 나눠주신다고 설레는 예고를 하셨다. 가보니 칫솔뿐만 아니라 칫솔꽂이, 공책뿐만 아니라 수첩까지 얹어서 주셨다.


 독립을 하며 칫솔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됐다. 그전엔 칫솔을 사둔다거나, 칫솔의 가격을 살펴본다거나 하는 일은 생각치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칫솔을 바꿀 때가 된 것 같아 칫솔 시세를 조사하러 갔다가 깜짝 놀랐었다. 그래서 칫솔 선물은 더욱 반갑다. 저 칫솔꽂이는 이미 선물 받아 쓰고 있는데 무척 좋아서 든든하다.


 공책 표지에는 '청소를 안하면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다'고 써 있다. 사실 오늘 아침, 방을 나서며 "쓰레기장이네"라고 읊조리곤 방문을 닫았더랬다.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건 줄도 모르고, 어리석은 날 반성했다.

 헐, 은 내가 밥먹듯이 사용하는 추임새로 기쁠 때나 황당할 때나 화날 때 놀랄 때 나와 함께 한다. 아니 표창원님이세요?!!! 공책과 수첩에 적힌 글귀를 보고 소오름....

 

 매일 소소함을 나누는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소소함을 나누는 마음부터 행동까지 결코 소소하지 않다는 걸 또렷하게 알게 된다. 시간을 들이고 돈을 들이고 행동을 하며 행복에 가까워진다는 건 너무나도 크고 대단한 일. 


 그래서 오늘의 선물은 오늘의 사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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